중간지점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5
엘러리 퀸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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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중간지점에 있는 트렌턴의 허름한 오두막에서 한 사나이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의 이름은 조셉 윌슨, 직업은 외판원이었다. 남자의 아내는 루시 윌슨이었고, 그녀의 오빠 윌리엄 에인절은 변호사이자 엘러리 퀸의 친구였다.

그런데 실의에 빠진 이들 앞에 뉴욕에서 날아온 일단의 무리들이 뜻밖의 주장을 펼친다. 살해된 남자의 이름은 조셉 켄트 김볼이고, 제시카 보든 김볼의 남편이라는 것이다. 보든 가문은 대단히 부유한 집안이었고, 상원의원 등 유력한 사람들과 친밀했다.

결혼증명서를 따져보니 남자는 루시 윌슨과 먼저 결혼했고, 나중에야 제시카 보든과 결혼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 결혼은 사랑에 의해서, 두 번째 결혼은 야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결국 살해된 사나이는 필라델피아에서는 조셉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허름한 외판원의 삶을 살고, 뉴욕에서는 조셉 켄트 김볼이라는 이름으로 부유한 상류층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중간지점인 트렌턴의 집은 각각의 삶으로 변신하기 위한 일종의 아지트였던 셈.

현장 검증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밝혀진다.

  1. 조셉 윌슨(=조셉 켄트 김볼)은 최근 100만 달러의 생명보험 수익자를 뉴욕의 아내 제시카 보든에서 필라델피아의 아내 루시 윌슨으로 변경했다.

  2.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사실은 내셔널생명보험회사의 중역이자 제시카 보든을 짝사랑하는 그로브너 핀치라는 사람만 알고 있다.(그로브너 핀치의 주장)

  3. 보험 수익자 변경 후 조셉 윌슨(=조셉 켄트 김볼)은 자신의 중혼 사실을 필라델피아쪽 처남인 윌리엄 에인절과 뉴욕쪽 의붓딸인 앤드레 김볼에게 고백하려고 마음 먹었다. 이에 전보를 보내 트렌턴의 오두막으로 21시에 와달라고 요청한다.

  4. 먼저 도착한 것은 앤드레 김볼이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드라이브를 갔다가 다시 오두막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때 쓰러져 있는 조셉 윌슨(=조셉 켄트 김볼)을 발견하고 사망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뒤통수를 후려쳐 기절했다가 깨어난 뒤 부랴부랴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간다.

  5. 앤드레 김볼이 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순간 윌리엄 에인절이 오두막에 도착한다. 그 역시 쓰러져 있는 조셉 윌슨(=조셉 켄트 김볼)을 발견하는데 그는 거의 숨이 끊어지려는 상태였다. 그는 범인이 베일을 쓴 여자라고 말한다.

  6.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페이퍼나이프였는데, 이 페이퍼 나이프 끝에는 불에 탄 코르크 조각이 끼워져 있었다. (펜이 없어 글씨를 쓰기 위함으로 추정. 나중에 앤드레를 협박한 쪽지에 글씨를 썼던 것으로 밝혀짐) 아울러, 페이퍼 나이프에서는 뉴욕의 아내 루시 윌슨의 지문이 묻어 있었다. 루시 윌슨은 그 페이퍼 나이프는 남편과 자신이 함께 고른 선물로 오빠 윌리엄의 생일 날 주기로 했다고 주장하나 받아들여지지 않음.

  7. 재떨이에는 성냥 스무개가 남아있었는데, 담배꽁초나 담배는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 앤드레가 밝힌 바에 따르면 처음에는 6개, 두번째는 20개였다고 함.

  8. 이런저런 목격자 진술과 조사 끝에 범인이 탔던 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는 루시 윌슨의 것이었고, 그녀는 알리바이를 댈 수가 없었다. 루시는 자동차가 도난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 역시 받아들여 지지 않음.

이상의 사실을 바탕으로 재판이 이뤄지는데 윌리엄 에인절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변호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루시 윌슨으로 확정되고 만다. 윌리엄 에인절은 앤드레 김볼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그녀가 무언가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그녀 역시 범인일 수 있다는 뉘앙스까지 담아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하지만 배심원 중 두어 명이 뉴욕쪽에 매수된 것인지 그들의 강력한 주장과 설득으로 판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과연 엘러리 퀸은 루시 윌슨을 가리키고 있는 이 모든 증거들을 뒤집고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다음은 엘러리 퀸은 이 사건에서 누가 살해되었는가? 다시 말해 범인은 뉴욕의 조셉 켄트 김볼을 살해한 것인가, 아니면 필라델피아의 조셉 윌슨을 살해한 것인가가 사건해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성냥개비가 6개였다가 20개가 된 사실 등 핵심 단서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추리를 내놓는다.

  1. 범인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이다. (루즈를 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거기에 생각이 미치지 못함)

  2. 범인은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성냥을 6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꽁초가 없음)

  3. 범인은 성냥갑을 챙긴 것으로 보아 거기에 범인을 특정하는 사항이 담겨 있었을 것.(20개를 사용했으므로 성냥갑은 비어있어서 챙길 필요가 없음)

  4. 범인은 김볼과 윌슨 부인 두 사람 모두에게 범죄 동기를 가지고 있는 자(중간지점에서 살해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5. 범인은 필기구가 없었거나, 필기구가 자신과 연관될 특징이 있었을 것(굳이 힘들여 코르크를 때워 글씨를 썼음)

  6. 범인은 뉴욕쪽에 속할 것(루시를 모함했으므로)

  7. 범인은 앤드레에게 호의를 갖고 있음(그녀를 위협하기만 함)

8. 범인은 오른손잡이

9. 범인은 김볼이 보험금 수익자를 바꾼 사실을 알고 있음(범인의 중혼 사실을 눈치챘다는 사실도 중요)

이상의 논리적 귀결로 진범은 그로브너 핀치였음.

엘러리 퀸은 이웃사촌 이었던 프레드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의 공동 필명이고, 소설 속 탐정의 이름이기도 하다. 독자에의 도전(막간의 도전)을 자주 활용하는 등 공정한 게임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도전'이 삽인된 마지막 작품이다.

본작의 원제는 Halfway House(1936)이며, 중간의 집(시그마 북스), 도중의 집(자유추리문고)으로도 번역되었다. 동서문화사판은 1977년 초판 발행되었는데 이 판본에는 J.J.맥의 서문이 첨부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원제가 '스웨덴 성냥의 비밀'과 같은 국명 시리즈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1984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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