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생애 범우문고 262
로맹 롤랑 지음, 이정림 옮김 / 범우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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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오해와 연상이 독서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뻔뻔한 표절과 최악의 대응으로 문단에서 가뭇없이 사라진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기골이 장대한 크리스토프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처음에 그 크리스토프가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는 베토벤을 모델로 쓴 소설로, 19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었다.

어느 날 화성에 있는 고구마라는 헌책방에 가니 한질 온전한 형태로 있길래 사다가 고이 책장에 모셔 두었는데, 꽂아 놓고 읽지 않다보니 약간의 채무의식 비슷한 것이 생긴 모양이다. 우연히 <톨스토이의 생애> 저자가 로맹 롤랑이라는 것을 알고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다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로맹 롤랑의 <빛을 밝히는 사람들>이라는 표제하에 정리된 세 명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중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 1827~1910)에 할애된 부분이다. 다른 두 명의 인물은 미켈란젤로와 베토벤이다.

작품은 톨스토이의 생애와 그의 주요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비평, 그리고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로맹 롤랑이 이야기하는 톨스토이는 농민의 순진성과 건강함을 믿은 이상적인 기독교인이었다. 톨스토이는 평생을 자신의 사상을 가다듬고 이를 생활과 작품에 녹여내는 데 골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이유로 가정과 불화했고 주변 예술가에 대한 부당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베토벤 폄하이다.

하지만 로맹 롤랑은 이런 톨스토이의 한계도 매우 아름답게 포장해 준다. 이를테면 톨스토이는 음악이 가지는 힘에 압도되었기에 음악을 폄하했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톨스토이가 1905년 혁명 전후 보여준 태도도 무척이나 이상적인데, 다른 말로 하면 순진하기 그지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혁명 한복판에서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모두를 비난하며 '비폭력 무저항'을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설파했다. 하지만 로맹 롤랑은 바로 이런 톨스토이의 정신에 감동 받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로맹 롤랑은 톨스토이의 이러한 정신이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하지만 그를 변호하는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를 스케일과 전형성, 치밀한 묘사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최고 걸작으로 뽑는 듯 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이보다는 못한 작품으로 평가하며, <부활>은 말년의 노작으로 <전쟁과 평화>의 예술적 완성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의 사상이 응결된 작품으로 꼽는다.

중단편으로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좋은 작품으로 꼽는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589519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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