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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갇힌 여자 ㅣ 스토리콜렉터 63
로버트 브린자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로드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천후로 폐장된 호니먼 박물관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젊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앤드리아 더글러스-브라운, 정부의 군수 책임자이자 내각 각료 더글러스-브라운 경의 둘째 딸이었다. 마쉬 총경은 사건 해결을 위해 맨체스터 경찰국의 에리카 포스터 경감을 소환한다.
에리카 포스터는 얼마 전 마약 제조업자 습격 과정에서 동료이자 남편인 마크를 잃었다. 문제는 습격 책임자가 에리카였다는 점이었다. 에리카는 직무에서 배제된 뒤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조사와는 별개로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어쨌든 현업으로 복귀한 에리카는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더글라스-브라운 경 부부는 그녀가 슬로바키아 출신에 여자라는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가 들쑤시는 장소들, 이를테면 템즈강 이남의 더러운 펍과, 그곳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나 창부의 목격 증언들이 자신의 가문에 먹칠을 한다고 여겼다.
그러다 유력한 목격자인 창부 아이비가 앤드리아와 유사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거기에 더해 과거 동유럽 출신의 창부 세 명이 유사한 수법으로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수사는 반짝 활기를 띤다.
하지만 에리카를 시기하는 스팍스 경감, 그녀를 믿지만 최상부의 압박 때문에 그녀를 차츰 부담스러워하는 마쉬 총경, 자녀의 살인범을 잡는 것 보다 집안의 명예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더 많아 보이는 더글라스-브라운 부부 등으로 인해 에리카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급기야 수사 지휘권을 스팍스에게 넘겨주기까지 한다.
아무리 봐도 앤드리아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약혼자 자일스 오스본, 정신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앤드리아를 시기질투해 폭력을 휘두른 이력이 있는 언니 린다, 매사에 심드렁한 그녀의 남동생 데이비드, 앤드리아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한 점남친 마르코 프로스트, 동유럽 여성들의 포주로 보이는 이고르 쿠체로프. 이들 모두가 앤드리아의 사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보였지만 이를 한 줄로 꿰내지 못해 애를 먹는다. 그러던 차, 실마리는 엉뚱한 데서 풀린다. 고양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린다가 수사관의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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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출신 여성 수사관 에리카를 흑인 형사와 레즈비언 형사가 보좌한다. 법의학자는 게이이고, 유력한 목격자는 창부이며, 그녀의 손자는 HIV 바이러스 보균자이다. 피해자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영국에 입국한 동유럽 출신 여성들이며, 최초로 시신을 발견하는 사람 역시 실업급여로 생활하는 청년이다.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 종교처럼 번지던 시기에 타깃 독자층을 명확히 하여 쓰여진 이 소설의 작가 로버트 브린자는 잉글랜드 동부 로스토프트 출신으로 명문 뮤지컬 학교 길퍼드 연기학교 출신이다. 작가의 의도가 맞아 떨어졌는지 에리카 경감 시리즈의 1편인 이 작품은 2016년 아마존 킨들 베스트셀러 1위, 영국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했다.
범인은 데이비드이다. 데이비드의 넘치는 성욕을 아버지 더글라스-브라운이 돈으로 해결해 주었고, 여자를 대주는 포주가 이고르 쿠체로프였다. 문제는 데이비드의 욕망이 살인까지 포함하는 패키지였다는 점이었다.
앤드리아는 이 비밀을 알게 되었기에 살해한 것이고, 더글라스-브라운은 모든 정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미 사망한 딸보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집안의 허울뿐인 명예를 지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범인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장녀 린다 소행으로 몰아간 뒤 정신병원에서 몇 년간 생활하는 것으로 퉁치려 했던 계획은 린다의 엉뚱한 고백으로 산통이 깨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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