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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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수록된 열 여덟 편의 단편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는 것들을 비틀어 보거나, 익숙해진 일상을 다르게 보도록 권유한다.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고, 그 이야기들을 신화나 종교적인 우의로 해석해보는 것도 흥미롭니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조리도구, 가구, TV 등이 인간의 언어를 말하고 공감하는 세계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그런 현실에 염증을 느껴 과거로 회귀를 꿈꾸지만, 자신 역시 인공심장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상에 진정으로 살아있는 유기체가 없어진 근미래의 풍경.

<바캉스>는 타임머신 테마를 주조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루이 14세 시대로 바캉스를 떠나는데 시간여행 보험은 경제적 이유로 생략한다. 과거로 떠난 주인공은 강도를 당한 뒤 마법사로 몰려 사형에 처해질 위기를 맞는데, 그때 보험을 권유하는 또 다른 시간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투명피부>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피부를 투명하게 만든 뒤 곤란에 처한 사나이가 등장한다. 구경거리로 전락한 그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데 그녀는 '변화는 두렵지 않아요. 정체와 거짓이 훨씬 더 나쁘죠'라며 사나이를 포용한다.

<냄새>는 작가의 다른 작품 <파피용>과 같이 별과 별 사이의 이야기다. 어느 날 뤽상부르 공원에 별똥돌이 하나 떨어진다. 그런데 이 별똥돌은 너무 악취가 심해서 사람들은 시멘트를 부어 냄새를 막고자 했다. 하지만 다공질 구조였기 때문에 냄새가 가라앉지 않자 유리를 부어 굳힌다. 꽤 그럴싸한 모양이 되자 우주의 또 다른 차원에서 보석 장사를 하고 있는 외계인 글라프나우에트가 별똥돌을 회수해간다. 그는 진주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황혼의 반란>은 P.D.제임스의 <콰이터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버전이다.경제적 이유로 노인들이 잉여 생명체 취급을 받아 사회로부터 제거된다.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은하계 차원에서는 애완동물로 취급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풀어놓은 이야기다.

<조종>은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를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 같다. 어느 날 부터 왼손이 뇌의 지배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가능성의 나무>는 인간 역사의 긍정적인 방향성 제시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계산할 수 있는 일종의 생체 컴퓨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고, <수의 신비>는 20까지 밖에 샐 수 없는 사람들이 지식을 독점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세계 속에 사람들을 가둬놓는 이야기다.

<완전한 은둔자>는 은둔이라는 것에 매료된 한 사내가 뇌만 남기고 모든 신체를 포기함으로서 완전한 은둔 상태에 돌입하는 이야기이다. 나중엔 자손들이 뇌에 포도당을 주입해 가면서 일종의 수조 같은 곳에 넣어 보존하다가 결국 장난감처럼 취급하는데 다소 엽기적이다.

<취급주의: 부서지기 쉬움>를 읽노라면 <삼체> 1부에 나오는 칠면조 얘기가 생각난다. 농장주가 칠면조에게 매일 오전 11시에 먹이를 주자 칠면조 과학자는 '매일 오전 11시에는 먹이가 있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한다. 추수감사절 새벽에 이 법칙이 발표되고, 그들은 요리되기 위해 살해된다.

<달착지근한 전체주의>에는 자식의 클론을 만드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한 시대를 유행하는 가치관에 모두가 몰려다니는 아이러니에 관한 이야기.

<허깨비의 세계>의 주인공 가브리엘 넴로드는 어느 날부터인가 사물들 대신 괄호와 낱말을 보게 된다. 언어를 통해 사고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짧은 단상.

<사람을 찾습니다>는 조건의 집합체를 곧 사람으로 오인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누트라는 여인은 구인광고를 내는데 3천cc 이상의 차와 넉넉한 은행잔고가 갖춰진다면 다른 것은 부차적라고 말한다.

<암흑>의 주인공은 원자폭탄으로 인해 태양이 파괴되어버린 암흑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안과 의사와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노련한다.

<그 주인에 그 사자>는 유전자를 조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완용으로 기르기에 적절하지 않은 사자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 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당히 값 싸고, 치명적 독으로 사자도 해치울 수 있는 애완용 전갈을 키우게 된다

<말 없는 친구>는 식물 역시 일정한 조건 하에서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살인을 목격한 나무가 범인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어린 신들의 학교>는 천사들이 인간 세계를 건설하고 흥망성쇠를 지켜보는 내용인데, 마치 <삼국지>나 <문명>같은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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