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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이상하리만치 감정 표현을 잘 못했다. 유치원생이던 여섯 살 때, 윤재는 우연히 중학생의 집단 폭행을 목격한다. 윤재는 가까운 슈퍼에 들어가 아저씨에게 심상한 말투로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한다. 폭행당한 아이는 죽었고, 아이의 아버지는 슈퍼 아저씨였다. 이 사건으로 윤재 엄마는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는 알렉시티미아, 감정 표현 불능증이었다. 편도체가 비정상적으로 작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며, 감정의 이름들을 헷갈린다고 했다. 다행스러 것은 윤재의 경우 지능 저하나 편집증적인 성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정도였다.
엄마는 아버지와의 결혼을 반대할 당시 절연하다시피 한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할머니는 윤재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 이라고 부르더니 함께 살기로 한다. 셋은 중고책방을 운영하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윤재는 주변 사람과 상황들에 공감하지 못한다. 엄마와 할머니는 '희로애락오욕' 게임 같은 것을 하며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답변과 행동들을 주입식으로 교육한다. 윤재는 '조금 이상하긴 해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상태가 된다.
윤재가 생일을 맞은 날, 셋은 평양냉면을 먹으러 간다. 냉면집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 사건이 일어난다. 세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의 묻지마 칼부림에 할머니가 사망하고 엄마가 식물인간이 되버린 것이다. 윤재는 눈 앞에서 사건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슬프거나 억울하지 않았다.
2층 빵집 아저씨이자 전직 의사였던 심박사의 도움과 보험금 덕택에 윤재는 중고책방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심박사의 친구이자 경영학과 교수인 윤권호가 윤재 앞에 나타난다. 그는 다소 생뚱맞은 부탁을 하는 데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만나 아들인 척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렸을 적 아들을 놀이공원에서 잃어버렸는데 죽기 전에 아내와 아들을 상봉시켜주고 싶다 했다. 윤교수의 아내는 윤재를 죽기 전에 아들이라 생각하고 꼭 안아준 뒤 사망한다.
얼마 뒤 윤재네 반에 윤교수의 진짜 아들이 전학온다. 이름은 윤이수였지만 부모와 덜어져서 소년원에서 불리던 '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다. 곤이는 윤재가 자기 대신 아들 노릇을 했다는 것에 심통이 났는지 윤재를 폭행하고 괴롭히는 등 위악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윤재의 '감정 표현 불능증'에 위악이 기대하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자신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태도 때문에 차츰 윤재의 주변을 맴돌며 친해지려고 한다.
한편, 사춘기에 접어든 윤재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아이가 도라였다. 도라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무슨 일에든 솔직담백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아이였다. 윤재나, 곤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도라에게 윤재는 차츰 어떤 '감정 비슷한 것'을 느낀다.
수학여행에서 곤이가 도둑으로 억울하게 몰린 뒤 곤이는 집을 뛰쳐나가 과거 소년원 시절 알고 지내던 선배 '철사'를 찾아간다.
윤재는 곤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철사를 찾아간다. 호락호락하게 곤이를 놔주지 않으려는 철사와 윤재, 곤이의 다툼 과정에서 윤재가 철사의 칼에 찔린다.
윤재는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그 사건 뒤로 윤재는 약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심박사는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곤이는 철사를 찔렀지만 정당방위로 인정될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가 병상에서 일어나 휠체어를 타고 문병 온다. 윤재는 자기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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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면 연쇄살인범들은 하나 같이 정신적인 흠결을 갖고 있다. 어렸을 적에 학대를 당했든, 뇌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든, 그들은 살인을 통해서만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종(種)'이다. 이들은 교정이 전혀 불가능하다. 물론 이미 살인이 일어난 이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이제와서 교정하는 것도 의미가 없긴 하다.
그런데 아직 성장기였을 경우, 또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소설읽기를 통한 고민'을 하고 싶다면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나 필립 K.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더해 <아몬드>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 소설다운 전개와 결말, 다소 억지스러운 사건들이 튀는 느낌을 주지만 작가의 따뜻한 시선 덕에 큰 흠결로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나 작품 속에 나오는 어떤 상황이 나의 그것과 유사해 꽤 몰입해서 읽었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과 제17회 일본서점대상(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57165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