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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산장 1
고룡 / 뫼(뫼야컴)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용추적(慕容秋荻)은 무림의 사대 세력 가운데 하나인 강남 칠성당의 여식이었다. 그녀는 외모가 아름다웠고, 효성이 깊기로 유명했다. 그런 그녀가 탈명십삼검(奪命十三劍) 연십삼(燕十三)을 만나 자신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그 남자는 그녀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 남자는 모용추적에게 십년을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그것은 허언이었다. 모용추적은 남자의 사생아를 낳아 기르며 원한을 키워갔다.
남자의 정체는 취운봉 옆 녹수호에 있는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사효봉이었다. 신검산장의 대청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
오래 전 강호의 검객들이 화산논검(華山論劍)을 한 결과 그 명칭을 신검산장에 주었고, 그 후손인 사효봉이 그 이름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정체를 알게된 연십삼은 자신이 그를 당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모용추적은 사효봉의 검법에 있는 단 한 점의 빈틈을 연십삼에게 알려준다.
연십삼은 그 빈틈을 자신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검에 생을 건 사나이로서 그와 대결하고 싶었다.
얼마 후 연십삼이 대결을 위해 신검산장에 이르렀을 때 연십삼은 대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검산장에는 사효봉의 아버지가 아들의 관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젊은 나이에 급사한 사효봉의 관 앞에서 연십삼은 허탈함을 느꼈고, 더 이상 검을 잡지 않겠다고 맹세한 뒤 돌아가는 뱃머리에 열 십자를 새겨 표식을 남긴 뒤 검을 호수에 버린다.(刻舟求劍)
세월이 흐른 뒤... 한가항의 기생집 한대내내의 집에 '쓸모없는 아길'이라는 자가 무전취식 후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멀쩡한 허우대 덕에 한대내내, 소려 같은 갈보에게 유혹받았으나 아길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지 성을 낼 뿐이었다. 기생집에서 얼마간 일하던 아길은 똥을 푸는 일을 하게 된다. 별 것 아닌 일임에도 불구하고 동네 건달패들은 돈을 뜯어갔다.
아길은 묘족 출신인 노묘자(老苗子)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겨우 끼니를 이을 수 있었다. 노묘자에게는 아리따운 동생이 있었는데 왜왜(娃娃)라 했다. 왜왜는 며칠 뒤 고기를 사가지고 집에 왔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는 소려였다. 몸을 팔아 겨우 생계를 잇는 이들 가난한 집에서 우애와 슬픔을 느끼던 아길은 건달패 대노판과 그의 수하 죽엽청, 철호 등을 해치우기 위해 다시 검을 잡는다. 그의 정체는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고 강호를 떠난 사효봉이었다.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용추적, 사효봉과 모용추적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소제, 그리고 검을 버리고 의술을 익혀 단십삼이 된 연십삼이 사효봉의 등장과 함께 천하제일검이 누구인지 가리기 위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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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소야적검>은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삼소야의 검' 인데, 여기서 삼소야는 사효봉이 신검산장의 세번째 아들이라서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이다.
작품의 주인공 사효봉은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검을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존재론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기에 검을 버린다.
하지만 묘족 출신의 소박한 사람들인 노묘자와 왜왜에게서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그들을 지켜야 하는 순간이 오자 다시 검을 집어든다.
결국 검이라는 것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깨달음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효봉의 이런 단순한 깨달음이 자족으로 끝날 수 없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 법. 결국 사효봉은 연십삼과 천하제일검의 칭호를 두고 결전을 하게 된다.
연십삼은 탈명십삼검에서 변화를 주어 십사검을 완성하지만 사효봉은 그의 십사검에서 한번 더 변화한 십오검이 있음을 깨닫는다. 연십삼 역시 대결 직전 십오검의 변화를 깨우치지만 그 십오검은 자신의 목을 찌르고 만다. 연십삼은 의사 단십삼의 신분이었을 때 사효봉을 치료하여 그의 목숨을 구했기 때문에, 이제 십오검으로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십오검은 검의 주인조차 제어할 수 없었고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 했기에 연십삼은 자신의 목을 찌른 것이다.
<절대쌍교>, <초류향>으로 유명한 대만 작가 고룡의 작품이다. 고룡은 무협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유명세에 비해 정식판으로 나온 작품이 드물다. 이 작품도 <신검산장>이라는 이름의 해적판으로 소개된 바 있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삼소야적검>은 스토리와 대사 위주라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장점이 있지만 입체적인 인물 구성이라든가 배경의 충실한 안배가 부족해 전반적으로 영화 대사집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이유인지 두 번 영화화 되었는데 1977년 작품은 초원이, 2016년 작품은 서극이 감독을 맡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569366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