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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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슬로의 한 아파트 욕실에서 카밀라 로엔이라는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된다. 무단침입 흔적은 없었고, 무기로 사용된 총은 집안 쓰레기통에서 발견된다. 특이한 점은 그녀의 왼손 집게 손가락이 잘려나가 있다는 것과, 눈꺼풀 뒤에서 오각형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두번째 희생자는 리스베트 발리라는 이름의 가수였다. 공연 제작자인 그녀의 남편 빌리 발리에 따르면, 그녀가 감자 샐러드를 사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해리의 상관 비아르네 묄레르에게 우편으로 리스베트 발리의 왼손 가운뎃 손가락이 배달되면서 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확정된다. 이번에도 오각형의 붉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던 것이다.

세번째 희생자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바바라 스벤센이었다. 범인은 대담하게도 사무실에 침입해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희생자의 넷째 손가락이 잘려 나갔고, 오각형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발견된다.

한편, 해리 홀레는 동료 엘렌 옐텐이 살해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 곤경에 빠져 있었다. 엘렌 옐텐은 '프린스'로 알려진 무기밀매상을 추적하다 살해 당했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스베레 올센이라는 신나치였다.

그런데 그 스베레 올센을 같은 경찰인 톰 볼레르가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톰 볼레르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었지만, 프린스로 이어지는 모든 증거 역시 사라지고 만다.

해리는 톰 볼레르가 사실은 프린스가 아닐까 의심하던 차였고, 그가 저지른 수많은 '정당방위 살인' 역시 꾸며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 경찰들, 게다가 직속 상관인 묄레르 마저 해리를 믿어 주지 않았다. 해리는 다시 술에 빠져 들었고, 라켈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해리는 사직서를 썼고, 상관이 휴가에 다녀와 최종 승인을 하기까지 3주 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이 시기에 붉은 오각형 다이아몬드와 관련된 연쇄 살인이 발생한 것이다.

해리는 3주 사이에 연쇄 살인을 해결하고, 무기 밀매상 '프린스'가 사실은 톰 묄레르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해리는 먼저 잘려져 나간 손가락이 살인 순서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추측한다. 다음으로는 펜타그램의 반복적 등장이 범죄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을 갖고 있지 않을까 가정한다. 5각형 다이아몬드, 5개인 손가락, 5일 간격으로 5시경 이루어지는 살인. 그렇다면 살인 위치도 5각형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리는 오슬로 시내에 피해자 위치를 표시해본다. 그러자 정확히 5각형 모양의 별이 완성되었다. 해리는 이를 근거로 다음 살인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CCTV 업자를 대동해 다음 살인 장소로 추측되는 곳으로 갔으나 그곳은 다음 번 살인 예정지가 아니라 이미 살인이 일어났던 장소였다. 피해자는 마리우스라는 대학생으로 엄지 손가락이 잘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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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붉은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의 키우부 광산에서 채굴된다. 전쟁자금을 목적으로 반군들이 운영하는 광산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로로 판매되기 어려워 동독이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주로 가공된다.

경찰은 붉은 다이아몬드와 무기 밀매 루트를 더듬다 유력한 용의자로 스벤 시버첸을 지목한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다이아몬드 밀수를 배운 뒤 그 사업을 꽤 잘해 나가고 있었다. 그의 출장 일정과 살인 주기가 정확히 일치하자 경찰은 그의 어머니의 집에서 잠복하다 체포하기로 한다.

그런데 마침내 나타난 스벤을 톰 볼레르가 예의 '정당방위 살인'으로 죽이려 하고, 이를 베아테 뢴이 목격한다. 이로서 톰 볼레르릐 '프린스 설'은 최소한 베아테 뢴에게는 설득력을 얻게 된다.

한편 해리는 스벤 시버첸이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리스베트 발리의 배달된 손가락의 손톱 밑에서 회향 씨앗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빌리 발리는 리스베트 발리의 손가락이 자신의 항문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인정했는데, 씨앗이 소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빌리 발리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범인은 빌리 발리로 밝혀지고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빌리 발리는 아내 리스베트 발리가 여행지에서 스벤 시버첸과 만나 외도한 것에 격분해 범행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오각형과 다이아몬드 따위는 모두 연막에 불과했다.

그는 스벤 시버첸을 연쇄살인범으로 만들기 위해 희귀한 붉은 다이아몬드를 범행 현장에 남겨 두었고, 범행 직전에는 그와 무기 거래를 했다. 물론 알리바이를 없애기 위해 목격자가 없는 곳을 거래 장소로 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희귀한 붉은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는 자, 살인이 일어나는 시점마다 오슬로에 있었으면서 적당한 알리바이도 없는 자, 바로 스벤 시버첸이 연쇄살인범으로 탄생하는 계획이었으나 해리에 의해 간파당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찰 내 자경단을 운영하는 한편, 무기 밀거래로 자금을 조달했던 '프린스'로 밝혀진 톰 묄레르는 라켈의 아들 올레그를 납치해 해리를 처치하려다 도리어 엘리베이터에 끼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줄타기를 하기로 유명한 해리가 이번 작품에서는 알콜 중독 재발, 3주 후 사직, 라켈과의 관계 파탄, 아들처럼 생각하는 올레그의 납치 등 총체적 난국을 보인다.

그런 해리 홀레의 처지가 다소 민망했던지 작가는 듀크 엘링턴의 일화를 슬쩍 끼워 넣는다. 듀크 엘링턴은 피아노를 너무 완벽하게 조율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 이유가 너무 완벽하게 조율된 피아노의 음에서는 온기와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가 어쩌면 그가 가진 온갖 인간적 문제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타인 역시 자신과 비슷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알 수 없는 위로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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