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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블루 -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
이해선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11월
평점 :
대학 다닐 때, 그러니까 한 삼십년 전쯤에는 사람들이 생일 선물로 책을 많이 골랐다. 그런데 이 '책 선물'은 '욕망의 전이'가 긴 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행위다. 빤한 용돈을 헐어서 특정한 책을 고르고, 그 첫 페이지에 축하인사를 비롯한 이런저런 감상적인 문구를 적어서 상대방에게 건내는 행위의 이면에는 '니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어' 라는, 선물하는 사람의 욕망이 담겨있다. 전이된 욕망에 대한 응답 행위는 '독서'이며, 이 때 비로소 '책 선물' 절차는 마무리 된다. 만약 독서 이후 감상평 교환까지 이뤄진다면 둘의 관계는 한껏 고양될 것이다.
<모아이 블루: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는 거의 20년 전에 선물받은 책이다. 내가 '독서'라는 숙제를 이제야 완수했으므로, '책 선물' 과정이 마무리 되는 데 꽤나 오래 걸린 셈이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스터 섬은 칠레에서 3천7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섬의 이름은 1772년 네델란드 탐험가 야코프 로헤베인이 부활절(easter day)에 발견 했다는 다소 심심한 이유로 명명되었는데, 스페인어로 부활절을 뜻하는 파스쿠아(Pascua)로도 불린다. 섬 원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은 라파누이로 큰 섬을 뜻한다고 한다.
섬의 땅은 척박해 농사가 어렵고, 고기잡이도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 10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이 외딴 섬을 찾는다. 2미터에서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약 9백여개의 모아이 석상이 이 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거대한 석상들을 만들어 세웠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밝혀진 바 없음'이 주는 매력에 사람들은 끌리는 법이다.
사진작가 이해선이 이스터섬에 짧게 체류하는 동안 찍은 사진과 단상이 실린 책으로 인쇄 품질이 다소 조악해 사진을 적확히 표현했는지 의심스럽고, 글 역시 작가의 개인적이고 피상적인 감상을 마음 가는 대로 적은 것에 불과해 블로그 글 한 편 읽은 느낌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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