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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직후, 아버지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엄마와 단 둘이 살게 된 딱부리네는 생계가 막막해지자 쓰레기섬인 꽃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골판지와 루핑으로 집을 지어 주거를 마련한 뒤, 쓰레기 더미에서 쓸만한 물건을 골라내는 일을 시작하게 된 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반장인 아수라네와 살림을 합하게 된다. 그럭저럭 입에 풀칠을 하게 되자 딱부리는 아수라의 아들 땜통과 형제처럼 지내게 되고, 땜통의 소개로 빼빼네 아줌마, 김서방네 식구를 차례로 만나게 되면서 차츰 꽃섬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쓰레기 더미만 있는 그곳에도 이권과 권력이 있었다. 쓰레기를 어디서 수거해 오느냐에 따라 권리금이 붙었고, 그 권리금을 두고 권력관계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수라가 다른 조 반장들과 도박을 하다 다툼이 일어나 사람을 찌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꽃섬에 큰 불까지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땜통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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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자란 땜통과, 버드나무 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는 빼빼네 아줌마는 김서방네를 알아본다. 김서방네는 원래 꽃섬에 살았던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쓰레기 더미에 밀려 쫓겨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유령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있거나 욕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보이는 존재들이다.
"얘야, 가지마라. 그럴듯하지만 이건 꾸민 거란다. 사람들이 그 길로 가다가 모두 망쳐버렸다. 지름길인 줄 알고 갔지만 호되게 값을 치를 게다. 온 세상의 산 것들과 물건들이 너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있지 마라"
김서방네의 일원인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세계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문제에 천착했다. 자본주의 사회든 사회주의 사회든 경쟁적으로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것에만 골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대적인 문제가 지구와 환경에, 그리고 나아가 우리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았다.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는' 시기,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온 세계가 그것을 위하여 모든 역량과 꿈까지도 탕진하는 '매우 낯익은 세상'.
작가 황석영은 이런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볼 필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쓰기에 대해 '근원적인 것들, 매우 사소하면서도 뒤늦게야 재발견되는 일화들, 그리고 여럿과 맺은 관계에 대하여 추려내고 버리고 비우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441088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