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은 토토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이 운영하던 일종의 대안학교 '도모에 학원'에 입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토짱은 기존 학교에서 책상 뚜껑을 하루에 100번 이상 열었다 닫았다 하는가 하면,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고 창가에서 지나가는 친동야(이상한 복장을 하고 악기를 울리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선전하는 사람) 아저씨를 부르는 등, 요새라면 ADHD 판정을 받았을 법한 행동을 해서 퇴학 당한다.

엄마는 이런 토토짱을 데리고 지유가오카 역 부근에 있는 도모에 학원에 데리고 가는데 교장 선생님인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은 그런 토토에게 '무슨 얘기든지 좋으니까, 얘기하고 싶은 것 전부' 얘기해 보라고 한다. 토토는 순서도, 말투도 뒤죽박죽이었지만 여러가지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4시간이나 걸린 끝에 모든 얘기를 마칠 수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얘기를 모두 들어준 뒤 토토의 머리에 크고 따뜻한 손을 올려놓으며 "자, 이제부터 넌 이 학교 학생이다" 라고 입학을 허가해 준다.

도모에 학원은 교문이 나무 두 그루였고, 교실은 전차였다. 학교는 소아마비, 발달장애, ADHD를 가진 아이들도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점심은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온 것'을 싸오도록 했고, 혹시라도 모자라다면 교장선생님의 부인이 채워주었다. 오전 수업은 여러가지 과목 중 좋아하는 과목 먼저 시작해서 자율학습과 선생님의 도움을 병행했고, 오후에는 산책을 하는 등 자연에서 뛰어놀았다.

교가가 없으면 즉석에서 교가를 만들어 보는가 하면,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자신의 몸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모두가 알몸으로 수영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여름방학엔 학교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고, 친구들과 다 함께 이즈로 온천여행도 갔다.

토토는 매일 매일 학교가는 것이 즐거웠다. 도모에 학원의 어린이들은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접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타인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배워 나간다.

어린이들은 옷이 찢어지는 것을 염려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므로 '가장 허름한 옷을 입혀서 학교에 보내'달라는 교장선생님은 학교 운동회도 신체적 결함이 있는 아이들이 좀 더 유리한 경기들로 구성했기 때문에 가장 키가 작은 다카하시가 다수의 종목에서 일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언제까지고 평화롭고 즐거울 것만 같았던 토토의 어린 시절은 소아마비를 갖고 있는 친구 야스아키의 죽음, '조센징'이라는 욕을 하도 많이 들어 '조선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욕이라고 착각하고 만 마사오짱의 이야기, 사랑하는 개 로키와의 이별 등을 겪으며 차츰 슬픈 색채를 띠게 된다. 그러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으로 도쿄가 공습당한 끝에 도모에 학원에 불이 나면서 끝이 난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도모에 학원은 1937년 부터 1945년 까지 운영되었다고 한다. 교장인 고바야시 선생님은 '어떤 아이든지 갓 태어났을 땐 선하게 마련이므로 이 선한 기질을 일찌감치 찾아 그걸 키워주며 개성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 철학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어린이를 교사의 계획에 맞추지 말며 자연 속에 풀어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교사의 계획보다는 어린이들의 꿈이 훨씬 크기 때문'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증오와 혐오를 반복적으로 주입당해 세대간, 성별간, 국가간, 민족간 갈라치기가 횡행하는 지금, <창가의 토토>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하는지,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지 같은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책을 읽는 동안 동심으로 돌아가 나도 도모에 학원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면 얼마나 신나게 생활했을까 하는 신나는 상상도 덤으로 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3271499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