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유분방하고 호기심 많은 처녀 앤 배딩필드가 어느 날 지하철 역에서 한 남자의 사망을 목격한다. 남자는 지하철 역 플랫폼에서 앤의 뒤쪽에 있는 누군가를 보더니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뒷걸음질 치다 철로에 떨어져 감전당하고 만다.
곧바로 의사가 나타나 검시하더니 남자가 즉사했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앤은 그가 어쩐지 가짜 같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곧바로 사라졌는데 그의 주머니에서 쪽지가 떨어졌다. 거기에는 "17·122 킬모튼 캐슬" 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망한 사람의 신원은 L.B.카턴이었는데,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부동산업자가 써 준 말로우 근처 템즈강가 저택을 둘러볼 수 있는 소개장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신문에는 '지하철 역 사건에 이어 한 여인이 빈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는 기사가 실린다. 빈집의 주소는 사망한 카턴이 가지고 있던 쪽지에 적힌 바로 그곳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한 여인이 들어간 뒤 일행인 듯한 '갈색옷을 입은 사나이'가 들어갔다. 나올 때는 사나이만 나왔는데 얼마 뒤에 들어가 보니 여자가 목이 졸려 숨져 있었다.
앤 배딩필드는 두 사건에 호기심을 느껴 직접 그 집으로 가보기로 한다. 그 집은 의회의원인 유스터스 페들러 경의 소유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앤은 빈집에서 코닥필름통을 발견하는데 거기서 좀약 냄새가 났고, 그 냄새는 전날 지하철 역에서 사망한 카턴의 몸에서 나던 냄새와 동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쪽지의 '킬모튼 캐슬' 이 범선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앤 배딩필드는 남아프리카로 가는 이 배의 승선료가 얼마인지 묻게 되고, 87파운드라는 말에 일종의 운명을 예감한다. 그녀가 최근 상속받은 얼마 안 되는 유산 총액이 87파운드 였던 것이다.
범선에 승선한 앤은 빈집의 실제 소유주 유스터스 페들러 경과 그의 고지식한 비서 거이 파제트, 험상궂은 외모의 또다른 비서 해리 레이번, 백작부인 클레어런스 블레어 여사와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레이스 대령, 목사인 에드워드 치케스터 등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행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실 배정으로 다툼이 일어난다. 앤은 얼결에 71호 선실에 들게 되는데 22일 새벽 1시에 그녀의 침실에 필름통이 하나 떨어진다. "17·122 "가 사실은 "1 71 22" 이었던 것인데, 필름통에는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었다. 알아보니 카턴이 급사를 시켜 필름통을 떨어뜨리도록 한 것인데, 필름통을 받기로 한 사람은 빈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여인으로 추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앤은 과거 남아프리카의 광산왕 로렌스 어슬리의 아들 존 어슬리와 그의 친구 루카스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존 어슬리와 루카스는 드비어 다이아몬드를 훔친 죄로 체포되는데, 아버지가 대신 변제해준 덕에 법적 책임은 면하게 된다. 얼마 뒤 두 젊은이는 입대해 참전하게 되고 존 어슬리는 사망, 루카스는 행방 불명 된다.
앤의 방을 뒤지고 그녀를 살해하는 시도가 반복되는 가운데, 앤의 방에 상처를 입고 쫓겨 들어온 남자 해리 레이번이 사실은 루카스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국제적인 범죄 집단인 "대령"과 그의 졸개인 카턴과 빈집에서 살해당한 나디나 등의 관계가 차츰 드러나며 여행은 종장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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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옷을 입은 사나이>는 천방지축이면서도 의지가 굳은 앤 배딩필드와,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중 가장 매력적인 악당 유스터스 페들러가 등장한다.
유스터스 페들러의 정체가 바로 '대령' 이고, 그는 매우 유머러스 하고, 자신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앤 배딩필드에게 농담을 던지며 재회를 기약하는 등 꽤나 유쾌한 매력남이다.
사건은 재구성하면 이렇다.
존 어슬리와 루카스는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하지만 그 직후 '대령'과 그의 졸개인 아니타 그륀베르트(나디나), 카턴 등에게 사기를 당해 다이아몬드 절도범으로 몰린다. 억울함을 증명할 길이 없는 상태에서 두 청년은 입대하게 되고, 전쟁 중 서로의 인식표를 바꾸는 바람에 실제 사망한 것은 루카스임에도 불구하고 존 어슬리가 사망한 것으로 발표된다.
어슬리 집안의 막대한 부는 먼 친척인 레이스 대령에게 상속되고, 루카스의 신분이 된 존 어슬리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없어 외딴 섬에서 관광안내 일 따위를 하며 살아가다가 "대령" 일당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턴이 지하철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 사망해버리고, '갈색 옷'을 입고 카턴이 가기로 한 집에 가보니 나디나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그래서 이번엔 유스터스 페들러 경의 비서 해리 레이번으로 분해 아프리카 여행에 따라 나선 것.
카톤이 필름통에 넣은 다이아몬드는 과거 존 어슬리와 루카스가 광산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로 이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면 잃어버린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광산에서 채굴되었음이 드러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었다.
1924년에 발표되었으니 100년 전 소설이다. 어렸을 적에 새뱃돈을 받으면 빨간색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 중 한 권을 사서 설날 하루를 보냈는데 그때만 해도 동시대는 아니더라도 전 세대 소설 정도의 느낌이던 것이, 벌써 나이가 이렇게 들어버렸다. 당시와 같은 두근거림으로 책을 접하진 않지만, 그래도 익숙한 B급 스토리는 언제나 묘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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