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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과 십자가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존 리버스는 최면술사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 마이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피하듯 SAS에 입대한 후, 우수 대원으로 선발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하지만 SAS가 도입한 새로운 프로그램에 차출된 존 리버스는 훈련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입게 되고 이 때문에 군에서 제대하게 된다.
SAS는 존 리서브가 형사가 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SAS에서 겪었던 일체의 경험은 철저히 기억 속에 봉인한 채 살아가도록 강요한다.
존 리버스는 제대 후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내와 잘 해나갈 수 없었고 결국 이혼한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애든버러에서 연쇄유괴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소녀들을 납치해 살해했는데 일정한 패턴도 없었고 성적인 폭행의 흔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존 리버스에게 '매듭 지어진 노끈'과 짤막한 문장이 적힌 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한다.
편지는 '단서는 사방에 널려 있다'거나, '시간의 틈을 읽으라'거나 하는 따위의 암시적인 문장만 적혀 있었고 존 리버스는 이 편지들이 단순한 장난 편지라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영문학 교수가 존 리버스에게 범인이 살해한 아이들의 머릿글자가 어쩌면 '약성구'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
Sandra Adams, Mary Andrews, Nicola Turner, Helen Aboot의 앞 글자를 따면 SAMANTHA가 되는 데 어쩌면 다음 희생자일지도 모른다면서.
그제서야 존 리버스는 장난 편지의 발신인이 연쇄살인범이고, 그 범인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희생양은 자신의 딸 사만다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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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버스는 SAS 복무 당시 '전투원이 적에게 포로로 사로잡힌 상황에서 고문을 이기고 비밀을 유지할수 있는' 군인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존은 고든이라는 동료와 함께 무려 6개월 이상을 감금당하게 된다. 처음에 존과 고든은 자신들이 훈련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구금 기간이 길어지고 영어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적들이 고문하기 시작하자 차츰 실제 상황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둘은 살아남기 위해 삼목두기(Noughts And Crosses)를 하거나 과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둘의 정신은 점차 망가지기 시작하고 끝내 고든이 존 리버스에게 동성애를 느끼며 의지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SAS는 실험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고 존 리버스는 프로그램을 이수한 우수대원으로, 고든은 동성애에 빠지는 나약한 정신을 가진 대원으로 분류해 버린다. 고든은 이 모든 상황을 책임지고 자신의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존 리버스라고 생각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에 의해 지속적으로 지배당하는 상황을 매우 끔찍하고 공포스럽게 추적한 <매듭과 십자가>는 제임스 엘로이에 의해 '타탄 느와르의 제왕'이라는 칭송을 얻게 되는 '존 리버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이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최면술사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군대로 도피하지만, 그곳에서 또 다시 '정신을 붕괴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는 존 리버스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작가는 우리 인생 자체가 '우리의 정신을 붕괴시키려는 작용에 대항하는 일련의 과정' 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드라마 <홈랜드> 시즌 1을 보면 이라크 전쟁 중 8년간의 포로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 영웅이 된 니콜라스 브로디 하사가 사실은 고문으로 인해 정신이 붕괴되고 끝내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미국의 심장부에 총구를 들이댄다는 설정인데 <매듭과 십자가>의 존 리버스 사건을 오마주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국 방콕에서 아유타야로 가는 3등 기찻간에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