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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온 편지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646
펄 벅 지음, 김성렬 옮김 / 범우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소설은 1950년 9월 25일, 버몬트의 산악 지방 한 마을에 사는 리즈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북경에 있는 남편으로부터 올 편지를 기다린다.
리즈는 레드클리프 대학교 4학년이던 때에 남편 제럴드 맥레오드를 처음 만났다. 첫눈에 그에게 반한 그녀는 적극적인 태도로 구애했지만, 제럴드는 자신이 중국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부담스러워했다. 리즈의 어머니도 제럴드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리즈는 제럴드와 결혼했고, 북경으로 가서 행복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 공산주의 물결이 밀려 들었다. 미국인인 제럴드와 리즈는 공산당원들에게 백안시 되었다. 상황이 점차 안 좋아지자 제럴드는 리즈와 아들 레니를 미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대학 총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학생들과 남는 쪽을 선택했다.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별은 세계정세가 냉전으로 치달으면서 항구적인 것으로 변해간다. 맥레오드의 편지는 몇 달에 한 번 띄엄띄엄 왔고, 그나마도 검열되어 내용이 삭제되어 있었다.
고통의 시간동안 리즈의 아들 레니가 성장하여 연애를 하게 된다. 하지만 레니 역시 1/4은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첫사랑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한편, 리즈는 남편과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떠올리기 위해 시아버지 맥레오드 노인을 집으로 모시고 와 극진히 보살피지만 그마저 치매에 걸리고 만다.
아들이 집을 떠나고, 시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리즈의 외로움이 한층 더해갈 무렵 북경에서 매란이라는 여자로부터 편지가 온다. 그녀는 남편 제럴드가 공산당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현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며 허락을 요구했다. 리즈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와 남편이 결혼하는 것에 대해 동의해 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떠나갔던 아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하게 되었고, 리즈에게도 구애하는 남자들이 생겨났다. 시아버지는 치매에 뇌졸중이 겹쳐 끝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북경으로부터 온 마지막 편지에 제럴드가 북경을 탈출하려다가 발각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리즈는 슬펐고, 자신을 찾아오기 위해 탈출을 감행했다는 사실로 인해 안타까움이 뒤섞인 기쁨도 느꼈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중국인 여인과 결혼하고, 그 여인을 진실로 사랑하지 않아 그녀가 혁명가가 되고, 그 아들과 사랑에 빠진 자신이 또 혼혈인 아들을 낳은 것, 그리고 지금 그 아들이 죽어버린 일들에 대해 리즈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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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삼성출판사 판으로 <대지>를 읽었다. 세계명작이니, 노벨상이니 하는 타이틀을 단 책은 당연히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의 드라마에 푹 빠져 밤을 세운 책은 그 뒤로 딱 한 권이 더 있는데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이다.
<북경에서 온 편지>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과 세계정세를 적당히 직조해 만든 자전적이고 고백적인 글인데 딱히 드라마로서 성공적이지도, 관점에 공감도 가지 않는다.
펄 벅은 다분히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된 시각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천품에 따른 인간의 품격 차이를 강조하는 등 요즈음 주장했다간 큰일 날 소리들을 해댄다.
리즈는 레니의 첫사랑인 알레그라에 대해 그녀는 '별로 바라는 것도 없는 평범한 남자, 책을 읽지 않고 경음악이나 들으며 서부 활극에 열광하는 남자나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여성'이며, '그 사람들의 마음은 컵 하나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와 반대로 자신과 남편, 아들은 하버드에 다녔거나 진학할 예정이고, 책을 읽는 사람들로 속물들과 다른 계급에 속해 있다고 이해한다.
중국 현대사에 대해서도 꽤나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리즈는 제럴드의 어머니가 혁명가가 된 이유를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 방황하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그녀의 오빠 한유렌이 친일행위를 한 것을 두고 '...반역자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 분은 자신의 신념을 최선을 다하여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믿고 계셨단다. 아마 그분이 그러지 않았더라면 북경도 쑥대밭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야...' 라는 해괴한 논리를 늘어 놓기도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53603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