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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0대 남성이 외딴 집에서 쓰러진다. 예레미아 스미트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의식을 잃기 직전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응급실 당직의 모니카가 남성의 집에 도착한 뒤 심폐소생술을 위해 그의 윗옷을 풀어 헤쳤는데, 그의 가슴에 "나를 죽여라" 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던 모니카는 '금색 가죽 끈이 달린 빨간색 롤러스케이트'를 발견한다. 그 스케이트는 살해된 쌍둥이 동생 테레자의 것이었다. 모니카는 연쇄살인마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 상황이다.
소설은 여러가지 사건이 연이어 나오고,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구성으로 목차에 유의해서 읽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일단 산드라 라는 여형사와 그의 남편 다비드의 이야기가 있다. 다비드는 르포 사진작가였는데 6개월 전 사고로 사망한다. 하지만 인터폴 형사 샬버라는 사람이 산드라에게 남편의 사망은 단순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함에 따라 산드라가 다비드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자놀이에 흉터가 있는 사람(마르쿠스, 사면관)과의 접점이 생긴다.
다음으로, 과거의 미해결 사건들이 등장한다. 미해결 사건의 피해자에게 누군가가 진범을 알려주는데, 사면관의 소행으로 보인다. 일단 사건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사건은 소설 초입에 등장하는 응급실 당직의 모니카가 복수 기회를 맞게 되는 사건이다. 모니카는 그 순간에는 복수를 선택하지 않고 그를 살려낸다.
두번째 사건은 여성이 불륜남과 함게 침실에서 살해된 사건이다. 문제는 여성이 살해된 뒤 어린 아들이 한 집에서 이틀 간 시체와 함께 생활했다는 점이다. 아들은 장성한 뒤 범인을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현장에 남겨진 EVIL이라는 글자와, 삼각형 모양의 표식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최근 그에게 누군가 접근해서 범인은 아버지 귀도 알티에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들은 아버지를 쏘아 죽이고 복수를 한다.
세번째 사건은 가위로 여성들을 살해해서 <세빌리아의 이발사> 주인공 피가로의 이름을 부여받은 사건이다. 범인은 하반신 마비를 가장한 피해자의 오빠였다. 이 사건은 허위자백자가 범인이 되어 복역중이었는데, 뒤늦게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피에트로 치니에게 누군가 진범을 알려주면서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다. 이제는 장님이 된 피에트로 치니는 피가로를 집으로 유인한 뒤 전기를 끊어 어둠 속에서 그를 살해한다.
네번째 사건은 외과의사와 조직폭력배가 아이를 납치해 살해한 뒤 심장을 자신의 손자에게 이식한 사건이다. 역시 누군가가 아이의 어머니에게 범인을 제보하고 어머니는 복수를 위해 나서지만 사면관 마르쿠스의 설득으로 복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면관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교황청 내사원 소속으로 12세기경 조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고해를 통해 알게된 죄들 중 Culpa Gravis(대죄)에 해당하는 건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다.
네 건의 살인의 진범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예레미아 스미트이며, 그 역시 사면관 중 한 명이었다. 응급실 당직의에게 진범(자신)을 제공하는 것 역시 예레미아 스미트 자신이다. 석시닐콜린을 스스로 주사하고, 가슴에는 '날 죽여라' 라는 문신을 세겨 피해자인 응급의에게 복수 기회를 제공했는데 예상과 달리 응급의는 그를 살려낸 것.
이상 네 가지 사건은 액자 속 이야기이고(현재) 마르쿠스라는 사면관과 카멜레온 살인자의 이야기(지난 1년간)가 액자 바깥 이야기이다. 산드라와 다비드, 샬버의 이야기는 추적자와 액자 바깥 이야기를 이어주기 위한 사이드 에피소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추적자 역시 사면관인데 카멜레온 살인자를 추적한다. 카멜레온 살인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디마라는 소년을 최초로 죽이면서 살인에 빠져든다. 그는 살해한 사람을 완벽하게 카피해 신분을 탈취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살해하고 신분을 탈취한 사람이 마르쿠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으면서 카멜레온 복제 이전의 삶을 모두 잊고 자신을 마르쿠스라는 현재 모습만 기억하면서 살게 된 것이다.
한편 인터폴의 샬버형사의 정체가 추적자이며 그 역시 카멜레온 능력을 가진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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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은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고(고해) 이를 통해 죄사함을 받는 구조이다. 이 소설은 바로 이 시스템에 착안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역사상 가장 많은 범죄기록을 보유한 곳이 어디인지 묻는 대목이 나온다. 만약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된 범죄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면 아마도 바티칸일 것이다.
그런데 고해를 한다고 모든 죄를 사해주는 권능이 신부에게 주어진 것이 맞을까? 여기서 내사원이라는 조직이 등장하고, Culpa Gravis(대죄)에 대해서는 개입하여 해결을 한다는 설정이 나온다.
문제는 사면관들이 악을 접하고, 악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들도 경계선 너머로 끌려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 때문에 소설에서는 현재 공식적으로 내사원이 해체되었다는 설정이다.
한편 고해 시스템에는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죄를 지은 후 기억을 상실한다면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고해를 하려해도 죄 지은 기억이 사라져버려 그게 불가능하다면 '죄 지은 후 기억상실'은 곧 지옥행 100% 당첨이다.
어쨌든 소설은 지나치게 많은 사건과 잔기교의 남발, 복잡한 구성으로 난잡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건 해결 과정도 너무 작위적이어서 '이렇게 까지 꼬아야 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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