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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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나' 앤드류 웨스틀리는 신문사 <크로니클>의 기자로, '예수 그리스도의 환희' 교회라는 다소 의심스러운 단체를 취재 중이었다. 단체의 창시자는 패트릭 프랭클린이라는 사람이었고, 동시양처(bilocation)의 기적을 행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즈음 앤드류에게 한 제보자가 <마술 비법>이라는 책을 보낸다. 지은이는 알프레드 보든이었고, 앤드류의 증조부였다. 그는 新순간이동 마술의 창안자로, 무대에서 '드 프로세서 드 라 마지' 라는 이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술사였다.

앤드류는 제보자인 캐서린 앤지어를 찾아가 직접 만나 보기로 한다. 대저택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캐서린은 앤드류에게 자신이 19세기말 유명했던 마술사 루퍼트 앤지어, 무대명 그레이트 당통의 손녀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과 앤드류가 어렸을 적 한번 만난 적이 있다는 말도 했다.

앤드류는 어렸을 적 기억이 희미했다. 다만 자신에게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이 믿음과 과거의 만남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다.

<마술 비법>과 일기들, 그리고 과거 캐서린과 만났다는 기억을 더듬어 가는 사이 앤드류는 수상한 종교단체 보다 더욱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두 마술사의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진짜 사건은 액자 속 이야기에 등장한다.

마술사 알프레드 보든(드 프로세서 드 라마지)과 루퍼트 앤지어(그레이트 당통)는 마술에 입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불미스러운 일로 엮이게 된다.

루퍼트 앤지어는 이런저런 마술 기교로 강령술을 진행하고 돈을 받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알프레드 보든이 자신의 친척에게 강령술을 하고 있는 루퍼트 앤지어를 발견하고 괘씸하게 여겨 판을 깨버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루퍼트 앤지어어의 아내 줄리아가 유산을 하고 만다. 루퍼트 앤지어는 알프레드 보든에게 뼛 속 깊은 원한을 품게 되고, 그의 마술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관객들에게 마술 비밀을 큰소리로 외쳐버린다.

이후 둘은 원수가 되어 상대편 마술 비법을 알아내게 되면 여지 없이 복수를 감행했다. 복수를 위한 폭로는 점점 강도가 심해졌고, 나중에는 물 속 탈출 마술을 중간에 방해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도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둘은 절대로 알아 차릴 수 없는 궁극의 마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둘의 기술이 여타 마술사들을 능가하게 되어 시대를 풍미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런 경쟁 구도에 1차 마침표를 찍게 된 마술이 등장하는데, 바로 알프레드 보든의 '순간이동' 마술이었다. 캐비닛 하나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다른 캐비닛에서 등장하는 알프레드 보든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루퍼트 앤지어는 미인계까지 동원한다. 하지만 그가 듣게 된 비밀은 쌍둥이를 활용했다는 것이었는데 , 진실 여부를 떠나 쌍둥이가 없는 루퍼트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때 루퍼트 앤지어가 찾아간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였다. 루퍼트 앤지어는 니콜라 테슬라에게 순간이동 장치를 제작 의뢰하고 마침내 장치가 완성되자 전무후무한 이동 마술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엔 알프레드 보든이 루퍼트 앤지어의 이동 마술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별 수를 써도 마술 비법을 알아낼 수 없었던 알프레드 보든이 마침내 무대 뒤편으로 침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기장치를 건드린다. 테슬라 장치가 중간에 꺼져버린 탓에 루퍼트 앤지어는 두 개의 몸을 가지게 되고, 이 사건 이후 루퍼트 앤지어는 활기를 잃고 점차 시들어간다. 루퍼트 앤지어는 자신의 한쪽을 사망처리한 뒤 알프레드 보든을 살해하고 자신의 긴 복수에 막을 내리고자 한다. 하지만 막상 살해 기회를 잡게 되었을 때 그를 죽인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복수를 중단한다.

100년 전 두 명의 위대한 마술사 이야기를 추적한 끝에 앤드류는 자신이 캐서린과 만난 날 순간이동 마술 장치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고 확신했던 기억은 바로 순간이동 이후 남게되는 외피(프레스티지) 때문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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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하면 위신, 명성 등의 의미로 주로 번역되고 차량 등급을 나타내는 단어 정도로 접하기 쉬운데 소설 속에서는 '마술', '속임수', '속임수의 결과물' 등으로 쓰인다.

크리스토퍼 프리스트는 1943년 영국 출신으로 본래 회계사였으나 1966년 SF 소설 <The Run>을 발표하며 데뷔한 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세 번째 장편인 <역전된 세계 The Inverted World>가 영국SF협회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고 호평을 들으며 문단에 이름을 널리 알렸고, 1980년대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4년 <매혹 The Glamour>로 독일 쿠르트 라스비츠상 최우수 장편 부문 수상, 본작 <프세스티지 The Prestige>로 월드 판타지 어워드,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프라이즈 등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아이디어와 절묘한 구성으로 대중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본 작품은 2006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을 주연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설정 자체가 소설과는 많이 다르지만 영화적 효과를 위한 각색이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2964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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