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유령
밀로스 포먼.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페인의 계몽군주 카를로스 3세가 30년간의 통치를 끝내고 1788년 사망하자 카를로스 4세가 제위에 올랐다. 아버지와 달리 그는 우유부단했다.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 황제 카를로스 4세 치하에서 스페인 제국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한편 프랑스로부터 시작된 자유주의 물결은 거세게 유럽을 강타했다. 스페인은 볼테르, 흄, 루소, 몽테스키외를 금지했고,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과 수감형을 부과했다. 종교 역시 변화를 거부했다. 교회는 종교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이단 재판이 부활했다.

1793년, 프랑스 왕이자 카를로스 4세의 사촌인 루이 16세가 길로틴에서 처형된다. 왕조의 신성한 이미지는 파괴되고, 합리주의 정신은 흑사병처럼 스페인 전역에 퍼져 나갔다.

소설은 이러한 시기를 배경으로 화가 고야가 지켜본 스페인을 그려내고 있다.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는 1746년생으로 낭만주의와 로코코 시대에 걸친 화가이다.

소설 속 고야에게는 두 명의 의뢰인이 있었다. 한 명은 종교재판소의 로렌조 카사마레스였다. 그는 도미니크 수도회 소속으로 합리주의 물결에 맞서 종교재판소의 권위 회복을 주장한 인물이었다.

다른 한 명은 토마 빌바투아라는 장사꾼이었는데, 그에게는 이네스 빌바투아라는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네스 빌바투아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고야는 그녀가 자신의 뮤즈임을 알게 된다. 고야가 그리는 모든 이상적인 여성과 천사들의 얼굴은 이네스 빌바투아의 얼굴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네스 빌바투아는 성년이 되기도 전에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사소한 이유로 종교재판소에 끌려가게 된다. 손을 뒤로 결박하고 들어올리는, 심플하면서도 고통을 주는 데 있어서는 매우 효과적인 고문에 못 이긴 이네스 빌바투아는 자신이 유대교를 믿는 이교도라 자백하고 만다.

토마 빌바투아는 종교재판소의 로렌조 카사마레스가 이네스 체포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야를 통해 그를 저녁에 초대한 토마는 딸을 석방해 달라고 로렌조에게 탄원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마는 '자신의 딸이 이교도인지 어떻게 확신하느냐' 물었고, 로렌조는 '고문을 통해 알아냈다고, 그녀가 진정 이교도가 아니었다면 고문을 이겨냈을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에 격분한 토마는 아들과 일꾼을 시켜 로렌조를 고문한다. 로렌조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자신이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이라는 자필 고백문을 작성한다.

이 사건이 종교재판소 수장인 그레고리오의 귀에 들어가 토마는 종교재판소에서 축출 당한다. 믿음의 순수성을 삶의 근간으로 삼았던 그는 절망한 채 프랑스로 도피했다가 그곳에서 나폴레옹의 사상에 심취한다. 그리고 황제에 올라 스스로를 배신한 나폴레옹의 나팔수가 되어 침략 프랑스군과 함께 스페인으로 되돌아 온다. 떠나간 지 15년 만이었다. 그리고 그 즈음 감옥에서 로렌조의 아이를 낳은 뒤 정신이 이상해져 버린 이네스 빌바투아도 풀려난다.

이네스는 고야를 찾아가 딸을 찾아달라고 간청한다. 고야는 이제 권력자가 된 로렌조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로렌조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염려해 딸을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신대륙에 팔아넘기려 한다.

1812년, 영국의 웰링턴이 마드리드에 입성하고 페르난도 7세가 돌아오면서 스페인은 또 다시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로렌조는 프랑스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처형되고, 이네스는 한 창부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하면서 키운다. 이네스와 로렌조의 딸 알리시아는 창부 노릇을 하다 영국군 장교의 부인이 된다.

고야는 청각을 잃은 채 폭력과 광기, 혼란이 지배했던 스페인을 조용히 화폭에 담았다. 팔거나 전시할 목적도, 그럴 수 있는 성격도 못 되는 그 그림과 판화들은 음울하고, 악마적이며, 고통에 가득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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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로 우리에게 익숙한 밀로스 포만이 감독하고 하비에르 바르뎀(로렌조), 나탈리 포트만(이네스, 알리시아), 스텔란 스카스가드(고야)가 주연한 영화 <고야의 유령>과 동시에 발표된 소설 작품이다.

소설을 쓴 장 클로드 카리에는 소설가 보다는 시나리오와 각색으로 유명한데 <프라하의 봄(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양철북> 등의 영화 각색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27759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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