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지음, 이창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1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74년 9월 어느 이른 저녁, 브라질의 상파울루 중앙에 위치한 일본식당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회합을 갖는다. 그 자리에서 리더인 듯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한다.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사이에 94명이 어떤 특정한 날에 죽어야 한다"

이 말을 내뱉은 자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의 천사>로 알려진, 의학박사이자 철학박사인 멩겔레였다.

이러한 음모는 용감한 유대인 청년 배리에 의해 녹음된다. 하지만 배리가 녹음본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호텔에서 전화를 건 직후 나치 잔당들에게 살해되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전달되지는 못한다.

배리가 전화한 사람은 리베르만이라는 사람으로, 나치 전범들을 추적해 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단체를 이끌고 있었다.

리베르만도 처음엔 배리의 제보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로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대륙을 오가며 조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7~8명이 죽어나간 뒤에야 리베르만은 멩겔레가 저지른 가공할 범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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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발표된 소설로 냉전시대 영향으로 나치 잔당과 공산권이 함께 악의 축으로 다뤄진다. 어딘지 프래드릭 포사이어스의 <자칼의 날>,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멩겔레 박사의 범죄는 브라질에서 히틀러의 유전자를 단핵 복제하여 94명의 아이들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는 이 소년들을 히틀러의 유년시절과 유사한 집에 입양을 보낸 후 히틀러의 아버지가 52세에 사망한 것과 같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살인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리베르만과 함께 멩겔레를 추적하지만 입장 차이로 대립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유대인 랍비 고린이다. 고린은 94명의 아이들을 모두 추적해서 살해하자고 하지만 리베르만은 이에 반대하여 명단을 없애버린다.

리베르만은 30년대와 같은 사회적 조건, 히틀러의 등장, 그리고 추종자의 존재가 맞물려야 비극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TV 매체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 똑똑해 졌기 때문에 그런 확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TV가 결국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더욱 효율적인 수단으로 기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편 리베르만은 "복수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라고 주장한다. 복수는 휘발유와 같아 한순간 타오르는 폭발성은 있지만 지속력이 없다. 기억은 세대를 이어가며 재발을 방지하는 열쇠이다. 최근 들어 일본제국주의의 강점기 기억 자체를 잊자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니, 리베르만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17985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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