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우지이에 도오루는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도오루 곁에는 언제나 히카루가 있다. 히카루의 존재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한 때 도오루는 히카루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히카루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거나 따돌림 당하는 일이 반복되자, 히카루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뿐 굳이 히카루의 존재를 타인에게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게 되었다.

도오루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3년 전에 유괴 사건이 있었다. 기리시마라고 하는 여학생이 2주일간 실종 되었다가 시체로 발견 되었다. 시체가 발견된 수영장은 그 이후로 폐쇄 되었고, 학교는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유령을 보았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편, 도오루의 반에는 시라토라는 아이가 있는데 남자애인데도 스커트를 입고 다녔다. 시라토는 3년 전 죽은 기리시마(=후짱)가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도오루는 히카루의 존재에 대해 시라토에게 용기내어 얘기해 보았다.

시라토는 히카루가 어쩌면 도오루 자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힘들거나 괴로운 일들을 견뎌내기 위해 도오루가 만든 또 다른 인격이라는 것이다. 도오루는 시라토 역시 히카루의 존재를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약간 실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시 남학생 하나가 실종된다. 이번에도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실종된 남학생은 시체로 발견된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아이들은 동요한다. 시라토는 용기를 잃는다면 범인이 바라는 대로 될 거라면서 방범대를 조직해 순찰을 하자고 말한다. 도오루 역시 명백히 선악이 구분되진 않지만 희망의 반대편에 있는 '회색'이 사건의 이면에 있다고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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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도오루는 힘든 상황을 버티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자신으로 부터 분리한 뒤 히카루라는 이름을 붙여 현실을 견딘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갖고 있는 도오루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등교거부를 수시로 반복했다. 그런 도오루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매일 빵을 가져다 주는 짝 덕분이었다. '빵 아이'라고 이름 붙인 그 아이는 도오루가 결석하면 언제나 덤덤하게 빵을 가져다 주었다. 그 아이가 빵을 가져다 주면서 하는 말은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 였는데, 그 말이 묘하게도 도오루를 안심시켜주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채팅 사이트에서 변태 남성에게 속아 성적 위협에 처한다거나, 어머니가 바람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거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도오루의 '해리성 정체감 장애' 치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시라토였다. 시라토는 여자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는 '성 동일성 장애'를 갖고 있었다. 시라토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 덕분에 또래 보다 조숙했었다. 그래서 도오루가 말하는 히카루의 본질을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도오루는 차츰 시라토의 여성적인 면에 끌리고 둘은 사춘기 소년 소녀가 벌일 법한 성적 흥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라토는 역시 자신을 남성이라 생각했기에 둘의 관계는 더 깊어지지 못하고 어딘가 어긋난 뒤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도오루가 낯선 자에게 살해 당할 뻔 한 뒤 시라토 역시 낯선 자의 손에 사로잡혀 죽음의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이 온다. 도오루는 시라토를 살리기 위해 학교 밑에 존재한다는 또 다른 학교로 가서 히카루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희망'과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시라토의 몸에 온기를 전한다. 죽었던 시라토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도오루는 현실로 돌아온다. 키가 훌쩍 커버린 도오루는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었다. 범인은 잡혔다고 했지만 정말 그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 시라토는 여전히 남자애처럼 굴었지만 머리를 길러볼까 한다는 말을 한다.

"인생이란 모두가 말하듯이 멋진 것일까, 아니면 나쁜 꿈일까"

작가는 반복해서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게임과 달리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자살을 해버리는 아이들을 보며 작가는 절망하면서도, 희망은 어디로부터 시작되는지 탐구한다. 그리고 작가는 '빵 아이'라는 아이를 통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사건들도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 라고 조금은 둔감하게 반응하면 어떤지 제안한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을 쫓는 소녀의 이야기인 미카엘 엔데의 <모모>가 연상되는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는 도오루의 '해리성 정체성 장애'에 착안하여 꿈과 현실을 교묘하게 뒤섞어 일본 사회의 병폐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마련인 불안과 공포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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