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2년 전, <시인> 이라는 이름의 연쇄살인범을 추적하여 체포하는 데 공을 세우고 이를 기사화 및 소설화 하여 큰 명성을 얻은 잭 매커보이는 이후 <LA 타임스>에 스카웃 되어 기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와 함께 디지털 미디어가 득세하며 종이신문은 인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LA 타임스>도 100명의 기자를 해고해야만 했고, 99번째 해고 대상자로 잭 매커보이가 지목된다. 과거의 명성으로 매커보이를 붙잡아 두기에는 경력의 누적과 그에 따른 급여 증가분이 부담이었던 것이다.

매커보이는 2주일 여 남은 기간 동안 안젤라라는 이름의 미모의 신입 여기자를 - 매커보이 보다 주급 500달러는 싼 - 교육 시킨 후 신문사를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착찹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은 잭 매커보이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완다 세섬즈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노파는 자기 아들 알론조 윈슬로가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해서 현재 살인범으로 몰렸는데, 잭 매커보이가 경찰 말만 듣고 이를 기사화 했으니 정정 기사를 쓰라는 요구를 해 왔다. 잭은 처음에 시큰둥하게 반응했으나 퇴직 전에 별달리 할 일도 없었으므로 사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은 한 여성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쓴 채 목에 느슨한 끈이 묶여 질식사 한 시체로 발견되며 시작된다. 알론조 윈슬로는 그 차를 훔쳐 여기 저기 돌아다닌 것 만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진술서를 통해 일관되게 자신은 차만 훔쳤을 뿐 트렁크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알론조가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알론조는 살인을 자백한 것이 아니라 절도를 자백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매커보이에게 수습기자 안젤라가 비슷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준다. 그녀는 트렁크 살인을 키워드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 봤고, 그녀의 조사를 좀 더 진척시키자 비닐봉지가 씌워져 살해하는 수법이 비슷한 사건이 발견된다.

매커보이는 그 사건에서도 범인이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는 점을 알게 되고 직접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사람과 변호사를 만나면서 이번 사건이 연쇄 살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다리보조기를 착용한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어베이셔필리아(Abasiophillia)라는 특이성애자 웨슬리 카버가 사건의 범인이다.(소설이 시작되자 마자 등장하며, 이번 소설은 수수께끼 풀이와는 전혀 관련 없이 진행된다)

웨슬리 카버는 자신의 제자 격으로 프레디 스톤이라는 자와 짝을 지어 피해 여성을 물색하고 살해했기 때문에 사건이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고, 이 때문에 잭 매커보이와 <시인>에서부터 등장한 FBI 레이철 월링도 중간 중간 혼란에 빠지게 된다.

웨슬리 카버의 직업은 서버 구축, 유지 관리, 보안이었다. 그는 trunkmurder.com 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들의 범죄를 추적하는 누군가를 유인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누군가 trunkmurder.com 에 접속했다면 자신들의 연쇄 살인을 눈치챈 사람이기 쉬웠다. 실제로 trunkmurder.com에 접속한 사람 중 하나가 안젤라였다. 웨슬리 카버는 즉시 안젤라와 매커보이의 존재를 감지한 뒤 그들의 이메일을 해킹하여 수사 진척 상황을 알아 내 둘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안젤라는 손 쉽게 처리가 되었지만 매커보이는 레이철 월링의 등장으로 계획대로 처리를 못 하고, 이 때부터 쫓는 자와 숨으려는 자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시인>에서 스릴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던 작가는, 이제 종이신문의 퇴보와 잭 매커보이의 퇴사 통보라는 음울한 현실에 걸맞는 무기력하고 개성 없는 문장으로 겨우겨우 소설을 끌어 나간다. 이렇다 할 긴장감도, 반전도 없이 소설 첫 머리에 등장한 범인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매우 단선적으로 그려나가는 <허수아비>는 작가의 기존작들에 비해 너무 격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