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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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럭저럭 봐줄 만한 외모에 상위 3%에 속하는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 이라희는 용산 한복판에 위치한 <스포츠 엔터>에 인턴으로 입사한다. 월급은 50만원이었는데, 그마저도 회사가 아닌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이었다. 첫날엔 의자도 없어 쓰레기통 위에 앉아야 했고 노트북도 빌려 써야 했다. 그러다 차츰 회사의 필요에 의해 책상과 노트북 하나씩을 배정 받은 이라희는 '기자가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기자가 해야 할 일' 이란 별거 없었다. 진위나 깊이와는 무관하게 최대한 인터넷에 많이 표출시키기 위해 쓰레기 문장들을 엮어 기사를 생산하는 일, 신문사를 우습게 보는 소속사 배우를 몇 달이고 지면을 통해 '조지는' 일 따위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언론사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를 견뎌내야 했는데, 성희롱은 일상이었고 출퇴근 역시 상급자의 의지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했다.

집이 망해버린 탓에 혹독한 '굴림'을 어쩔 수 없이 버텨 나가는 이라희의 일상은 처절하다. 하지만 그 보답으로 이라희는 군대와 같은 기자 사회에서 차츰 한 사람의 기자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하재관 부장의 가스라이팅은 계속 되었다.

인턴 생활이 막바지에 접어들 즈음, <스포츠 엔터>는 국장과 부장 라인으로 나뉘어 싸움이 벌어진다. 혼란한 와중에 친하게 지내던 연애인이 빗길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죽고, 용산 참사가 일어나 단골 칼국수집 할머니가 사망하는 아픔도 겪는다.

이런 슬픔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이라희는 한 사람의 기자로서, 생활인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나 하재관 부장은 이라희가 '열정이 없다' 며 인턴 계약 연장을 거부한다.


어느 순간 '기자' 라는 직업군은 '기레기' 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듯 하다.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지면에 싣고, 이를 통해 대중을 호도하는 행위를 하는 기자를 사람들은 '쓰레기' 라고 지칭함으로써 최대치의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소설 속 이라희와 주변 인물들도 '기레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표출 횟수와 클릭 빈도를 높이기 위해 서슴없이 기사를 날조하고, 인간이라면 응당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도 외면한다. 기껏 준비한 기획 기사를 또 다른 특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부장을 이라희는 말리지 못 한다.


결국 이라희는 하재관 부장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끝에 기자라는 직업군이 가질 수 있는 힘에 일순 도취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1년이 지나 소모품 취급 당하고 사회로 내팽개쳐 진다. 


작가 이혜린은 인턴 제도가 가지는 부조리함, 언론 지형의 부패와 기자라는 직업군의 문제점 등 시대상을 발랄한 문체로 포착하여 그려낸다. 하지만 '소설쓰기' 기술의 일천함으로 인해 인물과 사건의 연계가 느슨하고,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방식도 다소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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