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3 - 루프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10살이 된 가오루가 어느 날 특별한 발견을 한다. 중력 이상의 마이너스 지역과 장수촌의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가오루의 아버지 히데유키는 인공생명 개발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였는데 아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부자는 언젠가 장수촌이 위치한 뉴멕시코 인근을 함께 여행하자고 약속한다.


시일이 흘러 가오루가 스무 살이 되었지만 부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히데유키가 전이성 인간 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히데유키는 매일 매일 쇠약해졌고, 가오루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다.


아버지가 걸린 전이성 인간 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오루는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아버지가 과거 관여했던 연구, 즉 루프라 명명한 인공생명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모두 암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 연구의 목적은 컴퓨터의 가상 공간에 생명을 탄생시켜 DNA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하면서 돌연변이나 기생, 면역 등의 메커니즘을 함께 담아 지구 생명의 진화를 모방한 독자적인 생물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생명 탄생 이래 40억년에 이르는 진화의 역사를 파악 가능한 디지털 시간으로 응축하는 실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험은 실패하고 만다. 어느 순간 패턴이 암화(暗化)하고 만 것이다. 링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동일 유전자에게 점령당한 가상 공간은 다양성이 없어지고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가상 공간에서 발생한 링 바이러스가 현실의 전이성 인간 암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 어머니가 미국 민간 전승 기록을 연구하다 발견한 특정 장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 아버지와 스기우라 레이코라는 여인 - 을 치료하기 위해 가오루는 미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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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비디오 테이프를 본 4명이 사망한다.

"영상을 본 자는 일 주일 후 이 시간에 죽을 운명에 놓여 있다.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말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라. 즉..."

끊어진 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채로 해답을 찾기 위해 분투하던 아사카와는 야마무라 사다코가 억울하게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유골을 수습한 뒤 장례를 치뤄준다.

'전설의 고향' 에서 라면 통했을 법한 이 행위는 그러나 해답이 아니었다. 아사카와의 아내와 딸이 사망한 것이다.

다음으로 수수께끼 풀이에 참가한 사람이 다카야마 류지이다. 다카야마 류지는 DNA가 자신을 복제하듯 테이프를 복사하는 행동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다카야마가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낸 것은 아니었다.

링 바이러스는 그것을 본 사람이 여자이고 배란기일 경우 난자에 유전자를 염사(念寫)하여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링 시리즈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링3 루프> 에서는 이 이야기 전체가 컴퓨터의 가상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링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순간 실험은 암화했고, 중단된다. 그리고 얼마 뒤 실제 인간 세계에서 인간 전이성 암 바이러스가 나타나 실제 세계가 암화하고 있다.


가오루는 이러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루프'라 명명된 과거 실험을 조사했고,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다카야마 류지라는 컴퓨터 속 인간이, 섬광처럼 '자신이 실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라 가상세계의 인간임' 을 깨달은 것이다. 다카야마 류지는 자신의 DNA를 그대로 복제해 현실 세계에서 탄생키켜 달라고 말한다. 그 소원은 연구자들에 의해 현실이 된다. 그리고 태어난 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가오루이다.


전이성 인간 암 바이러스에 대해 진정한 저항성을 가진, 전혀 새로운 타입의 인간 가오루 덕분에 암화는 중단된다. 가오루는 '뉴트리노 스캐팅 캡처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다시 '루프' 세계로 이동한다.


'루프' 속 링 바이러스 이야기도 충격적이지만, 외전 격인 <링 3> 역시 매우 정교한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 잡는다. 신 기술을 소설 속에 무리 없이 녹여내는 솜씨도 훌륭하다.


"주사위가 백 번 계속해서 같은 눈이 나왔다면, 누군가 그 주사위에 농간을 부린 게 뻔하지 않겠니?"

제로에 가까운 확률을 극복하고 생명은 발생했다. 그렇다면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역시 神이 조종하는 일종의 가상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인식, 그것만큼 허무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인식이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무한에 가까운 우주를 생각하면, 무한이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확률에 있어서는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사위가 백 번 계속해서 같은 눈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무한. 알 수 없는 것을 神이라는 존재로 치환하느냐, 아니면 무한히 진리에 접근하는 과정이라는 낙관론적 가지론을 받아 들이느냐가 과거에는 전혀 상반된 입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확신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느낌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52653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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