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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아오세 미노루는 오카지마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건축사이다. 거품 경기 때는 인테리어 기술자인 아내 유카리와 행복한 한
때를 보냈다. 하지만 거품이 붕괴되고, 건축사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힘든 시기가 닥쳐왔다. 그 즈음 아내와 집에 대한 의견 차이가
불거졌다. 아내는 목조 주택을 지어 가족이 함께 하자 했다. 하지만 아오세는 서양식 콘크리트 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키워갔다.
사소한 의견 차이였지만 어느 순간 서로가 낯설어졌다. 결국 아오세는 아내와 딸 히카리와 헤어져 혼자 살게 되었다.
그러다
지은 주택이 Y주택이었다. 의뢰인은 요시노 도타라는 수입잡화 도매업자였는데, 그는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
라며 건축을 맡겼다. 아오세는 north light를 대담하게 활용한 북향 집을 지었다. 그리고 <헤이세이 주택
20선> 이라는 잡지에 당당히 실리게 된다. Y주택이 아내 유카리가 원하던 그런 목조주택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나중 일이었다.
그렇게 아오세는 다시금 건축사로서 자긍심을 되찾고 가족과의 관계 개선도 도모하나
했는데, 의외의 사건이 발생한다. Y주택에 사실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설계했고, 유수의 잡지에도 실렸으며, 다른 사람도 원하는 그 주택에 실상 의뢰인은 입주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은
아오세의 신경을 계속해서 긁어댔다. 결국 아오세는 친구이자 설계사무소의 사장인 오카지마와 함께 Y주택을 방문한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Y주택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가구도, 생활의 흔적도 없었다. 오직 남은 것은 빈집털이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과
대나무로 만들어진 편안해 보이는 의자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오카지마가 의자에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브루노 타우트가 만든 의자
같다는 것이다. 브루노 타우트라면 쇼와(1926-1987) 초기 나치스 박해를 피해 일본으로 망명해 온 건축가로, 가쓰라 별궁의
건축미를 재발견하고 일본의 공예품 보급과 디자인 향상에 이바지한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70년이 흐른 지금, 어째서 그의 의자가
빈 집에 놓여 있을까?
아오세는 사라진 요시노 도타를 찾아내 그 답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탐문한 바에 따르면 그는 이혼한 지 오래 되었고, 아내라고 소개한 것과는 전혀 다른 키가 큰 여성과 Y주택을 방문했다고
한다. 또한 그를 뒤쫓는 것으로 보이는 험상궃은 장년 사내도 어른거린다. 그는 야쿠자에게 쫓기는 것일까? 키가 큰 여자는 불륜의
상대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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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도타의 아버지는 가구 장인이었다. 그는 브루노 타우트에게 사사받길 원했고, 결국 의자 설계도 하나를 얻게 된다. 그때 만든 의자가 바로 Y주택에 놓인 의자이다.
요시노 도타의 아버지는 아오세의 아버지를 실수로 죽게 만든다. 요시노 도타의 아버지는 두고두고 이 일을 후회하고 참회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반드시 이를 보상하라고 유언으로 남긴다.
요시노
도타는 자라서 아오세에게 아버지의 유지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돈을 건네는 간단한 방법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Y주택의 설계를 의뢰한
것이다. 키 큰 여자는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아오세의 아내였다. 아오세의 아내는 남편이 지은 Y주택을 보고싶어 했기에 그와
동행한 것이다.
야쿠자 같은 사내는 요시노 도타의 前처남이다. 아내와 헤어질 때 다소간 원한을 사서 쫓아온 것이다.
요코야마 히데오가 나오키상과 관련, 심사위원과 '현실성' 문제로 다툰 것은 문단에서 유명한 사건이다. 그런데 <빛의 현관> 을 읽다보면 이번에는 심사위원 쪽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70년에 걸친 이야기도 비현실적이고, 아버지의 유언이기 때문에 자신과는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3천만엔 가까운 돈을 투자하는 것도 그렇다.
현실성과는 별개로, 장르 소설의 미덕도 그다지 갖추지 못했다. 사건성이 별로 없고, 그나마 사건이라 할 만한 내용도 책의 중반 이후에나 제시되다 보니 초반부가 무척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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