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머니 (보급판 문고본)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기 일보 직전인 1998년 봄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시라토 노리미치는 도쿄 소재 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이렇다 할 직장도 없이 빠찡꼬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우익 계열 야쿠자가 신장개업 예정인 빠찡꼬 앞에서 행패 부리는 것을 구경하던 시라토는 고즈카라는 이름의 70대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 노인은 무척 세련된 차림이었는데, 야쿠자 두목인 다쓰미도 노인에게는 깍듯하게 대했다. 노인은 시라토에게 관심을 표하며 묘한 제안을 한다. 자신의 비서가 되어 주가 흐름을 파악하고 경제를 공부하는 한편 잔심부름을 해주면 월 30만엔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시라토는 그날부로 노인의 비서가 되어 그럴싸한 옷차림을 하고 그의 집을 드나들게 된다.

처음에 노인은 시라토에게 경제 일간지를 읽도록 했고 거래하는 마쓰바 은행의 주가를 기록하게 했다. 그런 날이 반복되자 시라토는 차츰 '마켓'에 대한 감을 익히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난 뒤 노인은 시라토에게 마쓰바 은행 주식 거래를 권한다. 물론 자본은 노인의 수중에서 나왔다. 시라토는 바닥이라고 확신한 시점에 마쓰바 은행 주식을 샀지만 3주일 간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호재가 나와 겨우 주가가 반등했지만 시라토는 자신이 샀던 금액 언저리에서 주식을 처분한다. 시라토의 첫 거래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분산 매입 방법이라든가, 흐름을 기다리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차츰 '마켓'의 생리를 몸으로 익힌 시라토는 고즈카 노인이 부재중일 때 대신 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 그 즈음에 고즈카 노인은 자신의 계획을 털어 놓는다.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며 동아시아발 위기가 시작되던 즈음의 이야기이다. 일본 역시 버블이 붕괴되고 기나긴 침체로 가는 초입이었다. 버블 시기에는 어떤 자산이든 사 두면 값이 뛰었다. 이 시기에 부도덕한 은행이 노인들에게 부동산 담보 대출과 변액 보험을 결합한 상품을 위험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팔아 치웠다. 그들은 일단 노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그 돈을 변액보험에 투자하게 했다.

경기가 하락하자 변액보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손실이 불어나자 담보로 잡아 두었던 노인들의 집을 경매 처분했다. 손에 돈 한번 쥐어본 적도 없이 집에서 쫓겨나는 이 상품에 가입한 노인들이 100만명에 달했다.


절친한 친구가 사업 실패로 자살한 직후, 남겨진 그의 아내가 위와 같은 불완전 판매 상품에 당해 파산하자 고즈카 노인이 은행을 상대로 주가 조작을 실행하여 큰 돈을 벌어 들이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 면밀히 따져 보면 고즈카는 은행을 파산시킨 것도 아니고 단지 거짓 정보와 공매도를 통해 이득을 취했을 뿐이라 은행에 어떤 타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3월,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시행 되었다.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충분히 설명하고 부당한 권유를 해서는 안되며, 허위과장 광고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위법한 계약에 대해서는 해지 권리도 신설되어 상당히 강력한 법이다.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팔아 치운 뒤 나 몰라라 하는 영업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들이 새로 생겨날 때 반골 기질이 있는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제 다 해 먹었나? 이제 그런 방법으로 해 먹는 것은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위험이 있나? 그래서 법이라는 이름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못하도록 단도리를 해 놓는 것인가?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5118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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