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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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피 패밀리>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진규 민경화 부부와, 그의 자녀 한민형, 한영미, 한민주, 그리고 한민희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유려하고 적확한 문체 덕분에 가족의 첫인상은 교양과 식견을 갖춘 중산층의 모습이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양서를 펴내는 출판사 사장 한진규, 다소 술을 과용하긴 하지만 배울만큼 배우고 출판사 일도 왠만큼은 해내는 한민형은 식자층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이다. 다른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민경화는 교사, 한민주는 기자, 한영미는 고시를 패스한 공무원으로, 중산층이라고 생각되는 직업을 골라 가졌다.

그런데 소설이 진행되면 이들 가족이 겉으로 보여지는 교양있는 모습과 달리, 다른 대한민국의 많은 가족들과 같이 이런 저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양자로 맞아들인 한영미를 민경화는 하녀처럼 부렸고, 동갑인 민주는 이에 동조했다. 아버지 한민형은 이러한 상황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가족 중에서는 한민형과 한민희 남매만 영미를 친형제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한민형과 한민희 역시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데, 사실 둘은 상피붙은 사이였고 죽은 한민희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결국 지현은 한민형과 한민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고종석의 문장은 매우 깔끔하다. 유려하고, 적확하며, 매력적이다. 그의 문장은 아름다운 포장지와 같아, 내용물이 다소 빈약하더라도 뜯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점차 내용물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설정으로 중산층 가족의 이면을 보여주는 <해피 패밀리>를 읽고 있으면 남들이 팔다 남은 물건들을 모아 한철 팔고 떠나는 깔세 장사꾼이 연상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47999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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