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토 내해의 중간 지점인 오카야마 현과 히로시마 현, 그리고 가가와 현의 경계에 걸쳐 둘레가 2리 정도 되는 작은 섬이 있어 그 이름은 옥문도(獄門島)라 한다. 에도 시대 삼백 년 동안 죄인들이 거주했던 바로 그 섬으로 향하는 배에 긴다이치 코스케가 타고 있다. 코스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귀환선에서 들은 전우의 유언과 같은 말을 되세긴다. 전우 기토 치마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긴다이치 군, 나 대신...... 나 대신에 옥문도에 가 주게"


기토 치마타는 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토 본가의 장손이었다. 그의 할아버지 카에몬은 대단한 수완을 발휘하여 섬에서 다이코(太閤 = 도요토미 히데요시) 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아들 요사마츠 대에 이르러 차츰 세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요사마츠는 사요라는 떠돌이 배우와 결혼했는데, 이 사요가 섬에서 사이비 종교 활동을 펼치면서 카에몬과 섬사람들의 미움을 산다. 사요가 죽은 후 요사마츠는 정신병에 걸려 감금 상태가 되었고, 카에몬도 1년 전쯤 세상을 떠났다. 살림은 기토 치마타의 사촌인 사나에라는 아가씨가 겨우 꾸려 갔으나, 세력은 과거에 비해 한풀 꺾인 상태였다.

 

한편 섬에는 기토 분가가 있었. 당주는 기헤에 라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아내 시오가 보통이 아닌 여자였다. 시오는 우카이라는 미남자를 고용하여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눈치였다.


하여튼,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기토 본가의 대를 기토 치마타가 사망하고, 그의 사촌이자 사나에의 오빠인 히토시만 어찌어찌 살아 남았다는 소식이 긴다이치 코스케의 도착과 함께 전해진다. 마을의 원로 격인 센코사의 스님 료넨, 촌장인 아라키 마키헤이, 의사인 무라세 코안 등의 원조로 코스케가 기토 본가에 둥지를 튼 직후, 기토 치마타의 불길한 예감 처럼 그의 세 동생은 하나씩 죽기 시작한다.


첫번째 살해당한 하나코는 오비에 다리를 묶인 채 매화나무 가지에 거꾸로 메달려 있었다.

두번째로 살해당한 유키에는 시체가 범종 안에서 발견된다.

세번째로 살해당한 츠키요의 시체 위에는 싸리꽃이 흩뿌려져 있었다.


기묘하게 살해당한 세 명의 아가씨들의 모습이 사실은 방에 펼쳐져 있는 병풍에 씌여진 싯구라는 것을 알게된 코스케는 그제서야 첫번째 살해당한 하나코의 시체를 보고 센코사의 스님 료넨이 중얼거린 


"氣ちがいじゃが仕方がない(미치광이지만 도리가 없군)" 

이라는 말이 사실은 

"季がちがっているが仕方がない(계절이 어긋나 있으니 도리가 없군)" 

이라는 말을 잘 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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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 살인사건>에서 대활약하며 일본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이 된 긴다이치 코스케는 <소년탐정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의 외할아버지 라는 설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혼징 살인사건>의 해결 이후 긴다이치 코스케는 2차 세계대전에 끌려가 대륙에서 복무한 뒤 <옥문도>라는 이름의 불길한 섬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죽은 전우의 세 여동생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것을 모조리 목격한 뒤에야 범인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는 내용인데, 요코미조 세이시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1986년 <문예춘추>의 일본 추리소설 베스트 100에 당당히 1위를 한 작품으로, <혼징 살인사건>은 7위,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42위, <팔묘촌>이 44위,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69위 였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중 요코미조 세이시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 압력 때문에 추리소설을 마음껏 쓰지 못했다고 전해지는데, 전쟁이 끝나고 드디어 추리소설을 쓸 수 있게 되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놓은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공간적 고립 보다는 시간적 고립에 촛점을 맞춤 <옥문도>라는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봉건적 사고방식에 의해 세 아가씨가 살해당한다는 엽기적인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세 아가씨를 살해한 범인은 마을 원로 세 명이다. 카에몬은 죽기 전 전쟁에 끌려간 손자들 중 누군가가 사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골몰했다. 친손자인 기토 치마타가 살아남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가 사망하고 히토시만 살아 남는다면 기토 치마타의 여동생들이 가문 승계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세 손녀를 모조리 살해해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러한 망상을 예지몽이라는 형태로 세 원로에게 전하면서 살인을 신신당부 했다. 각각의 시구를 들려주면서.


"휘파람새의 몸을 거꾸로 하여 첫 울음일까"(하나코)

"잔인하도다 투구 아래서 우는 귀뚜라미여"(유키에)

"한집 옆방에 유녀도 잠든 모습 싸리 꽃과 달"(츠키요)


사실 원로들은 처음 그러한 카에몬의 계획을 들었을 때 농담으로 치부했다. 무엇보다도 전쟁 때문에 범종이 공출 당하여 두 번째 "투구"를 재현할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마자 기토 치마타는 사망했고 히토시는 살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녹여져 없어졌을 걸로 생각했던 범종을 다시 받아가라는 관청의 연락까지 받게 되자 홀린 듯 살인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하나코의 시체를 보고 료넨이 탄식한 이유는 휘파람새의 첫 울음이 우는 봄(季語)인데 계절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치광이 요사마츠가 혹시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코스케는 이 말을 미치광이로 잘 못 알아 들은 것.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45197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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