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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꽃
정현웅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모의 여대생 민선아가 파라티온이라는 농약에 중독되어 사망한다. 경찰은 없어진 물건이 없고, 미혼임에도 3개월 된 태아를 잉태하고 있던 점 등을 종합하여 신변 비관 자살로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민선아의 남동생은 자살이 아니라며 신문기자인 '나'를 찾아오고, '나'는 그의 말대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판단하여 사건에 뛰어든다.
민선아의 주변 인물부터 조사를 시작하자 뜻밖에도 아름답고 청순하게 비춰지던 그녀는 윤리적으로 상당히 문제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녀는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가난한 농부에게 입양되었는데, 어렸을 적부터 야망이 남달랐다.
대학에 진학한 뒤 그녀는 재력가의 아들과 사귀면서도 요정에 나가 돈벌이를 하는가 하면, 모처에서 재벌의 정부 노릇도 하였다. 그녀는 돈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고 자신의 몸도 적극 활용했다.
그런데, '내'가 민선아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니 뜻밖에도 그녀가 재일교포 재력가의 숨겨진 딸이라는 사실이 알게된다. 재일교포 재력가는 민선아에게 거액을 상속하려 했는데, 상속이 이뤄진 직후 그녀가 사망한 것이다.
문란한 성생활에 배신감을 느낀 남자친구와 그녀에게 거액을 상속시켜 주는 과정에서 돈에 욕심을 낼 법한 자들, 민선아에게 사랑을 고백했거나 고백하기 직전 실연을 맛본 짝사랑남 등 용의자는 무려 10명에 달했다.
'나'는 민선아의 태중에 있는 아이가 재벌의 아이라는 점을 통해 민선아가 씨받이 노릇으로 한몫 챙기려다 재일교포 생부로부터 거액의 돈을 상속받게 되자 아이를 지우려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그리고 10명의 용의자에게 민선아가 잉태한 아이의 정체를 밝히면서 그들의 반응을 살펴 용의자에서 한 명씩 제외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작가 정현웅은 1949년 청주 출생으로, <현대문학>에 단편 <死者의 목소리>, <잃어버린 世代>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어느 여공의 죽음>, <마루타>, <여대생 살인사건>, <소설 광주 청문회> 등 현실성과 역사성이 강한 소설을 써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읽히지 않는 소설이 진정한 소설' 이라는 묘한 논리를 펴는 작가들에 대해 위선과 가식을 느낀다면서, '독자들에게 읽히는 소설, 좋은 추리소설'을 써서 한국 추리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바늘꽃>은 6.25.라는 역사적 격동과 재일교포 문제, 천민자본주의의 폐해가 낳은 윤리적 타락 등을 '사회파적' 관점에서 굵직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으로, 읽히는 소설이고 괜찮은 소설이다.
민선아를 살해한 범인은 민선아의 동생 민태호이다. 그는 민선아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윤리적 타락에 깊이 절망한 나머지 그녀를 살해했다. 커피만 마시던 그녀가 쥬스를 마시고 사망한 것은 그가 민선아를 죽이려고 결심했을 때 1-2분 내로 집으로 찾아온다는 장성태(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하여 2심 재판까지 마친)의 전화 때문이었다. 1-2분 내에 커피를 끓이는 것이 불가능하자 민태호는 쥬스를 이용한 것이다. 장성태는 실제 민선아의 시체와 쥬스잔, 부엌의 구조를 보았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에 반응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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