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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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시 유스케는 본래 아사히 생명보험에서 일했으나 1986년 <얼어붙은 모래집>이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서 가작 입선하자 전업작가의 길을 꿈꾸게 된다. 그 후 회사를 그만두고 1996년에 발표한 <13번째 인격>이 호러소설 장편 가작을 수상한 뒤, 연달아 1997년에 발표한 <검은집>이 호러 소설 대상을 수상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천사의 속삭임>에서는 종교적 사망사건과 기생충의 관계를 파헤치는 기묘한 이야기로 독자를 놀라게 했고, <크림슨의 미궁>에서는 독자가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시 유스케가 자신의 주무기인 '공포' 함량을 희석시킨 작품들은 죄다 걸작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지는데, 특히 <유리망치>가 그랬다. <유리망치>는 수수께끼 풀이의 해답을 과학에서 찾으려 하다 보니 '본격'을 지향하면서도 '무릎을 치는' 과정이 생략되고 만다.

<미스터리 클락>은 <유리망치>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에노모토 케이(도둑)과 아오토 준코(변호사) 조합이 다시 나온다. 역시나 <유리망치>와 같은 실망을 맛본다.


수록된 네 편은 모두 밀실과 관련된 수수께기 이야기이다. 기시 유스케는 스마트폰과 CCTV가 보급된 요즘 밀실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짧은 단편 <완만한 자살>은 50년대 미국 미스터리 소설 분위기가 난다. 술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하는 조직원에게 장난감 권총에 든 위스키를 마시게 한 뒤 진짜 권총으로 바꿔치기 해서 자살 아닌 자살을 하도록 만든다는 내용.


<거울나라의 살인>은 CCTV가 빈틈없이 깔려 있는 미술관에서 범인이 어떻게 CCTV를 피해 이동하여 미술관장을 죽일 수 있었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CCTV를 피하기 위한 갖가지 과학적 수법과 심리 묘사가 장황하나 독자는 지루함을 느낄 뿐.


<미스터리 클락>은 수없이 많은 시계로 입증된 알리바이를 어떻게 깰 것인가인데, 전파시계를 조작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답에다 해설을 끌어다 맞추는 식'으로 설명되고 있어 김이 빠진다. 거꾸로 답을 때려 맞춰야 하다 보니 정전도 시켜야 하고, 관서와 관동의 전기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도 해야 되고... 부산하지만 소득은 적다.


<콜로서스의 갈고리 발톱>은 망망대해에서 사망한 자를 누가 죽였는가가 문제다. 동기를 가진 포화잠수사가 해저에 있긴 한데 그가 범행을 위해 31기압에서 1기압으로 단숨에 올라온다면 기압차로 사망한다는 것이 문제. 어이없게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기압 잠수복을 훔쳐 입으면 된다는 것! 쉽고 빠른 해결책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금기시 하는 것인데 기시 유스케는 그 독약을 마시고 만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184314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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