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로 총과 칼이 나오지 않아도 폭력이 난무하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데미언 샤젤 감독의 <위플래쉬> 같은 작품. 그런데 그런 작품들에는 공통된 룰이 있다. 절대로 '본심'을 드러내지 않을 것. 

이 룰을 적용시키면 심리게임은 선혈이 난무하는 잔혹한 양상을 띠게 된다. 자신의 '본심'을 감추면서도 상대편의 '욕망'은 백일하에 드러내야 하는 이 게임의 참가자는 '경쟁심과 질투심'이라는 연료를 무제한으로 태우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결승점에 도달하면 '나'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경쟁자'와 '질투심' 뿐. 소금물을 마시며 갈증을 견디는 이 게임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아사이 료의 <누구> 역시 이런 심리 느와르 작품에 속한다. 


<기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로 스바루 신인상을 타며 화려하게 문단 신고식을 마친 아사이 료는 1989년생으로 <누구>로 2012년 하반기 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누구>는 다쿠토, 고타로, 미즈키, 리카, 다카요시 다섯 명의 취업활동 분투기를 SNS와 현실을 직조하며 보여준다. 

'다른 이에게 뒤지고 싶지 않은 마음', '더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마음', 이런 마음들에 곁을 내주다 보면 어느 순간 '허세'만 남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내'가 싫어 결딜 수 없게 되면 '자아'가 분열하여 '제2의 나'를 창조하게 된다. <지킬과 하이드>이다. 


SNS 계정을 파서 또 다른 '나'를 창조해 다른 이를 공격하고 깍아 내리는 '나'. 그런 '나'를 알아차리는 '타자'는 공포스럽지만 낯설지는 않다. 그 역시 '자신의 냄새'를 '나'에게서 맡았기 때문에 알아차린 것이므로.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1324454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