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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선물
이서인 지음 / 화남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산도 인근의 '오대양 횟집'에서 실장으로 일하는 주인공 한수는 성실한 성격으로 사장 홍여사의 신임을 얻고 있다. 홍여사는, 어머니를 일찍 여윈 조카 명희를 한수와 맺어주면 맞춤하리라 생각했다. 명희도 한수 앞에서는 평소의 억척스런 성격을 누그러뜨리고 수굿하게 굴었다.
하지만 한수는 명희와 오빠 동생으로 지내면서도 결혼에 대한 확신까지는 없었다. 명희에게서 한수는 정념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한수가 일하는 횟집에 하유정이라는 여자가 민박을 찾아 온다. 서울에서 온 그녀는 한달여를 지내며 글 쓸 곳을 찾는다고 했다. 한수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여자'를 느꼈고 까닭없이 허둥대는 자신을 발견한다. 문제는 하유정의 태도였다. 그녀는 한수를 전혀 거리낌 없이 대했고, 누나 동생 하자며 살갑게 굴었을 뿐만 아니라 은근히 유혹하기까지 했다. 결국 하유정이 남편 아닌 어떤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한 날, 해변가에서 한수와 그녀는 관계를 맺는다.
그 후로 한수는 하유정의 페이스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그녀의 기분을 살피고,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녀가 부르면 가서 잠자리를 한다. 정신이 흩어져 회칼에 손을 베이는가 하면, 그녀의 사소한 일정에 맞추느라 횟집 일에 소홀하게 된다. 눈치 빠른 홍여사는 한수를 내칠 기미를 보이지만 명희는 한수가 자기 곁으로 다시 돌아와줄 것을 믿고 기원하며 애를 태운다.
마침내 파국이 찾아온다. 하유정이 작업실로 얻은 농가주택 인근에 사는 화가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것이다. 하유정은 그 관계를 한수에게 비밀에 붙이려는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다.
한수가 오토바이 사고로 하유정이 머물렀던 시기의 기억을 잠깐동안 잃는다. 하유정 일행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자 횟집 식구들이 의아해한다. 하유정은 몹시 기분 나쁜 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녀가 돌아간 뒤에야 어렴풋이 그녀와 관련된 기억이 한수의 머리속에 떠오른다. 한수는 "저 여자는 자기가 어떤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래의 삶에 대한 맹렬한 의욕이 열기처럼 가슴을 데우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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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백운면에 있는 모정리 마을에서의 생활을 담은 임영태 작가의 <모정리 일기>나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등을 읽다가 이서인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별한 선물>은 '에로스'와 '생활'의 대립구도를 통해 삶의 본령은 무엇과 맛닿아 있는지 생각해보는 소설이다. 책 속에 나오는 '에로스' 책이 붉은색이라는 것으로 보아 내 마음대로 알베르토 베빌라콰의 장편소설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통상 '에로스'에 천착하는 소설들은 다양한 함정에 빠지기 마련인데 이서인 작가의 <특별한 선물>은 명희라는 인물을 배치함으로서 이 함정을 피해간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생활에 뿌리박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명희라는 인물 덕분에 하유정의 에로스 적인 행동들은 어쩐지 부도덕하고 추해보인다. 독자인 나 역시 '명희에게 돌아가 이 멍청아!' 라고 속으로 외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바람대로 한수는 하유정이라는 덫을 피해 삶으로 돌아온다. 강도로만 보자면 오디세우스의 10년 모험에 비견할만 하다.
이서인 작가도 과작이라 <숲 속의 연어>와 시집 <그 여름의 속기사는 창녀였다> 외 작품이 없다. 시는 잘 몰라서 소설 <숲 속의 연어>만 사두었다. 언젠가 반나절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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