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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센다이에 사는 미야모토 야스요가 편지를 한 통 받는다. 남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인이 자신의 가게에 취직하러 왔는데 일자리가 없어 거절했다, 사정이 안타까우니 야스요의 가게에 취직시켜주면 어떻겠느냐, 하는 내용이었다. 야스요가 당사자를 직접 보니 참해 보였고, 마침 사람도 모자란 터라 그녀를 채용한다.
여자의 이름은 다지마 유리코였고, 그녀 덕에 가게는 번창했다. 사내들은 그녀에게 끌렸다. 그렇다고 남자들에게 헤프게 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점에 남자들이 달뜬 감정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유리코는 16년을 일했다. 그만 둘 무렵엔 와타베 라는 이름의 남자와 좋아 지내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 이상 발전은 없었다. 그만 둘 즈음 그녀는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어느 날인가, 그녀의 집을 찾아간 야스요는 그녀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시킨다. 야스요는 유리코의 유골을 와타베라면 인수해주지 않을까 해서 그를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와타베는 유골 인수를 거부했다. 대신 며칠 말미를 달라고 하더니 유리코의 아들 주소를 알려준다. 야스요의 연락을 받은 아들이 어머니의 유골을 수습하러 온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의 사내였는데, 이름이 가가 교이치로라 했다.
가가는 유골을 수습한 후 와타베를 만나보고 싶어했다. 어머니의 마지막 시절을 함께한 사내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와타베라는 사내는 행방이 묘연했다.
시간이 흐른 후...
고시카와 라는 중년 사내의 집에서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이름의 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마쓰미야는 이 사건이 하천 둔치에서 살해당한 노숙자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의심은 곧 증명된다. 하천둔치에서 살해당한 남자의 DNA와 고시카와의 집에서 발견된 빗의 DNA가 일치했다.
오시타니 미치코가 도쿄에 오게된 경위는 좀 복잡했다. 그녀는 직업상 요양원에 드나들었는데, 그곳에 최근 들어온 골치 아픈 노인네가 중학교 동창 아사이 히로미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인네는 극구 아사이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래서 미치코는 연극 연출가로 성공한 아사이 히로미도 만날 겸 도쿄에 간다. 마침 그녀가 올린 연극 '이설 소네자키 동반 자살'의 첫 공연날이었다.
그런데 30년 만에 만난 동창 아사이 히로미가 들려준 이야기는 기구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중학교 때 바람이 나서 적금통장을 들고 집을 나간 뒤 연이 끊겼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투신자살했고, 결국 아사이도 시설에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이제 와서 어머니를 만날 용의는 없다는 것이다. 미치코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아사이 히로미에게 경찰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마쓰미야 등의 수사는 여기서 벽에 가로 막힌다.
마쓰미야가 답답한 마음에 사촌형 가가에게 사건과 관련한 조언을 구한다. 가가는 고시카와의 DNA 자체가 위조된 것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저런 정보를 주고 받던 과정에서 고시카와의 집 달력에 다리에 관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1월 야나기 다리, 2월 아사쿠사 다리, 3월 사에몬 다리, 4월 도키와 다리... 가가는 경악한다. 그 메모와 똑같은 메모를 어머니의 유품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가는 언젠가 아역 배우들을 데리고 검도를 배우겠다며 찾아온 아사이 히로미를 떠올린다. 그녀는 정말 단지 검도를 배우기 위해 가가를 찾아왔을까... 가가는 어머니의 죽음 직후 사라진 사내 와타베라는 인물을 이번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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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에서 생긴 의문이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읽으면 풀린다.
<기린의 날개>에서 가가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않은 비정한 아들로 그려진다.
'아내가 홀로 죽어가면서 느꼈을 쓸쓸함을 자신도 느낌으로써 속죄하겠다.'
이것이 가가 아버지의 결심이었기에 임종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가가의 어머니는 술집 출신으로 친척들에게 멸시를 당했고 이 때문에 우울증을 앓았던 것 같다. 어린 가가와 함께 동반자살하려던 그녀가 정신을 차린 뒤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가출밖에 없었다. 16년의 기간 동안 그녀는 홀로 지낸 이유이다.
마지막에 좋아 지냈던 와타베는 아사이 히로미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사이 히로미와 함께 빚쟁이들에게 쫓기다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데 하필 그날 밤, 히로미가 어떤 사내를 사고로 찔러 죽인다. 히로미의 아버지 다다오는 사내와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시체를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려 다다오가 투신한 것처럼 속인 뒤 살해된 남자의 신분인 원전 노동자로 전국을 떠돌며 지낸다.
부녀는 자주 만나선 안 되었다. 그래서 매월 다리 양쪽에서 얼굴을 보며 전화를 했다. 그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다 다다오가 살인을 하게 된다. 첫번째 대상은 히로미에게 집착하던 담인 나에무라였다. 그러나 살인은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미치코가 아사이 히로미를 만나러 왔다가 자신을 알아보자 미치코까지 죽인다.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일으킨 다다오는 평생 도망치던 삶을 끝내고 싶었다. 다다오는 딸인 히로미에게 목숨을 끊어달라고 부탁한다. 히로미는 숨진 아버지를 노숙자의 숙소에 눕히고 불을 지른다.
어쩌다 보니 <기린의 날개>와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대평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본 것은 실용서를 제외하고는 27년 만이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은 인하대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무협지이다.
가가 교이치로가 이제 연애를 할지도 모르겠다. <기린의 날개>에서 아버지의 3주기를 치뤄야 한다고 채근했던 간호사 도키코가 어머니에 얽힌 이야기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러브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또, 가가 형사가 니혼바시 경찰서를 고집했던 이유도 해소된 만큼 이제 경시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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