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서성란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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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란은 1967년 익산 출생으로 1996년 중편 <할머니의 평화>로 제3회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다루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주여성, 다운증후군 모녀, 발당장애 아동과 그들의 엄마 등 다소 힘겨운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은 자폐 등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들의 엄마가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에서 동정의 냄새가 풍기지는 않는다. 아마도 서성란이 이들을 응원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교사로 첫째 동수가 자폐아인 원희, 신체는 어른이 되었는데 정신은 여전히 어린이에 머물러 딸 정하와 엄마 영선,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는데 둘 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동병상련을 느끼는 순님과 유선. 

이들은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편하게 이야기하고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씨앗 나눔터'를 매개로 아픔을 공유하고, 한 걸음 나아가 사물놀이 공연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이 사회 구성원으로써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소설에서 아찔한 순간들이 몇 차례 나온다. 아이들이 갑자기 엄마 손을 놓고 차도에 뛰어든다든가,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속절없이 자해를 한다든가 하는 장면은 '공감'의 감정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을 느끼게 한다. 

한 걸음 떨어져 보는 사람도 막막함을 느끼는데, 부모 심정이야 오죽하랴. 

게다가 아이들의 형제, 자매들도 자신들 몫의 애정을 온전히 받지 못해 힘들어하고, 남편들은 냉소와 자포자기에 쉽사리 빠져든다. 


발달장애는 치매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오죽하면 발달장애 아이가 죽고 난 다음 날 죽었으면 싶다는 말까지 나올까. 


때로 인간은 자신이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알고 있는 것으로 치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자폐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 보다는, 그들이 지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훨씬 편리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칼리라는 소녀가 이러한 인식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통상 자폐증을 가진 사람은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데 칼리의 경우에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필담을 할 수 있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자해를 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대신해서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어졌다. 하지만 칼리는 필담을 통해 이런 인식들이 전혀 근거 없음을 이야기한다. 

자폐아들은 정보를 다른 이들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면 처리하기 버거워 힘들어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ABC 방송에 소개된 칼리의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6796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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