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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6년 9월, 우기의 캄보디아.
의료 봉사활동을 마친 의사와 간호사를 싣고 가기 위해 헬기가 폭우를 뚫고 도착한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마을에 고립될 것이 분명하기에 헬기 조종사는 탑승을 독려한다. 그러나, 60세의 의사 엘리엇은 언청이 수술이 꼭 필요한 아이가 눈에 어른거려 헬기를 그냥 보내고 그곳에 남기로 한다. 간단한 수술이긴 해도 그 수술을 받지 못하면 아이는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도, 말을 온전히 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엘리엇에게, 마을 촌장은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냐'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엘리엇은 곰곰히 생각한 끝에 30년 전 사고로 죽은 한 여자를 만나는 일이라고 답한다. 대답을 들은 노인은 엘리엇에게 황금색 알약 10개가 들어있는 병을 건넨다.
집으로 돌아온 엘리엇이 노인이 건넨 약을 호기심 삼아 먹고 잠이 든 밤, 꿈 속에서 엘리엇은 1976년 9월의 자신을 만난다. 당시 서른의 엘리엇은 일리나라는 아리따운 아가씨와 사귀고 있는 전도 유망한 신출내기 의사였다.
일리나를 처음 만난 것은 지하철에서였다.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 엘리엇이 말을 걸기 위해 가까이 간 순간 지하철이 선로를 이탈했고 큰 불길에 휩싸였다. 온통 아비규환인 그곳에서 엘리엇과 일리나는 잔해 속에서 자기들 또래의 젊은이를 구해 내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 사건에 계기가 되어 엘리엇과 일리나는 사귀게 되고, 그때 구해준 젊은이 매트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과거에 머문 시간은 짧았고, 어느 순간 엘리엇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엘리엇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캄보디아 노인이 준 약이 신비로운 효과를 일으켜 정말로 과거로 가게 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꿈을 꾼 것 뿐일까.
그 의문은 과거로 갔을 때 식당에서 집어든 냅킨이 발견되면서 풀린다.
엘리엇은 이제 큰 고민에 빠지고 만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과거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폐암 말기에 접어든 엘리엇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일리나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엘리엇은 3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환자의 곁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었다. 이에 실망한 일리나가 직장인 동물원으로 돌아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탓에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 날 다른 행동을 하도록 과거의 엘리엇에게 충고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일리나가 살아난다면 현재의 엘리엇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딸 엔지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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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엘리엇은 일리나에게 이별을 통보함으로써 그녀를 살리고자 하지만, 일리나는 이별 통보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한다. 온 몸이 형편없이 망가진 일리나를 현재의 엘리엇이 시간여행을 하여 직접 수술해 살려내지만 엘리엇과의 관계는 끝이 난다. 과거의 엘리엇은 그 후 30년간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매트 역시 엘리엇과의 관계를 끊기 위해 절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젊은 엘리엇은 엔지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현재의 엘리엇이 그랬던 것처럼 이탈리아의 학회에 참석해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는다.
고통에 찬 30년이 흘러 현재가 된다. 변한 것이 있다면 일리나가 불구가 되었지만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폐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었던 엘리엇이 죽자 장례식장에 매트가 찾아온다. 30년 만이었다. 매트에게 엘리엇의 딸 엔지가 아버지의 작별 인사와 함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적은 노트를 전하자 매트의 뇌리에 '과거로 돌아가는 약' 이 떠오른다. 노트에 따르면 엘리엇은 알약을 아홉개 밖에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매트는 엘리엇의 유품에서 마지막 남은 알약 하나를 찾아낸다. 그 약을 먹고 과거로 돌아간 매트가 엘리엇을 만나 담배를 빼앗아 내팽개친다. 엘리엇은 매트의 그 행동 덕택에 담배를 끊게 된다.
매트가 전해준 노트를 읽은 일리나가 그리움에 사무쳐 골든게이트로 갔을 때 그녀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무슨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가벼운 질문을 로멘틱하게 풀어낸 통속 소설로 팔리기 좋도록 잘 쓰여있다.
각 장 마다 시간과 운명에 관련한 유명인들의 말들이 적혀 있어 옮겨 본다.
아름다운 저녁, 미래는 과거라 불린다. 이때 우리는 젊었던 시절을 바라본다. - 루이 아라공
내게 미래는 흥미로운 곳이다. 내가 앞으로의 날들을 보내고자 하는 곳이 바로 거기니까. - 우디 알렌
예쁜 처녀 옆에 앉아 있어 보라. 1분처럼 지나간다.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1분간 앉아 있어 보라. 1시간처럼 지나간다. 이게 바로 상대성이다. - 앨버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꿈을 간직하라. 언제 그 꿈이 필요할지 결코 알 수 없으니까.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우리 눈앞에 미래에서 무더기로 몰려온 여행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스티븐 호킹
우리가 친구였던 행복한 날들을 네가 기억해주길 간절히 바래. 그때의 삶은 지금보다 아름다웠으며 태양은 더 빛났었지. - 자크 프레베르
살고, 괴로워하고, 속고, 위험에 처하고, 주고, 잃고 하면서 나는 죽음을 밀쳐낸다. - 아나이스 닌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다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마르셀 소바죠
친구와 책은 조금이라도 좋은 걸 가져라 - 격언
사랑은 두 사람의 가장 강한 끈이 아니다. 그건 섹스다 - 타룬 텟팔, <머나먼 찬디가르> 11페이지
섹스는 두 사람의 가장 강한 끈이 아니다. 그건 사랑이다. - 타룬 텟팔, <머나먼 찬디가르> 670페이지
어제만 해도, 난 스무 살이었네. 시간을 어루만지고 있었네. - 샤를르 아즈나부르
어제는 사랑이란 게임이 너무나 쉬웠어. -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사람을 찾고 있다. 우리가 그를 찾지 못하면 그가 우리를 발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 위기의 주부들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 밀란 쿤데라
당신이 아무리 피하려고 애써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당신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라마나 마하르쉬
모든 건 운명이다. 운명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것을 나는 보았다. - 스티븐 호킹
그는 나의 북쪽, 나의 남쪽, 나의 동쪽, 그리고 나의 서쪽이었다. - 오든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알아가는 데 쓸 시간이 없다. 그들은 가게에서 완성품을 산다.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이제 친구가 없다. - 생텍쥐페리
우리는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시련을 통해서만 배운다. - 스와미 프라냔파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 알베르 까뮈
스무살에,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춤춘다. 서른살에, 우리는 원 안을 떠돈다. 쉰 살에, 우리는 안쪽으로든 바깥쪽으로든 쳐다보지 않고 원주 위를 걸어 다닌다. 이후에는, 중요하지도 않다. 아이들과 노인들의 특권, 우리는 투명 인간이다. - 크리스티앙 보뱅
인생은 바람마다 들러 가는 쓸쓸한 큰 성처럼 지나갈 것이다. - 루이 아라공
나를 운명에 내동댕이치고는, 그는 빛이 가득한 아침 속으로 떠나버렸어. - 에디뜨 피아프
비밀을 하나 간직하는 게 인간적이듯이, 그것을 언젠가 밝히는 것도 인간적이다. - 필립 로스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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