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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소울 1 ㅣ 블랙 캣(Black Cat) 6
가키네 료스케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1973년 10월, 아마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본인이 있었다. 에토라는 이름의 이 일본인은 크로노이테 강 어귀의 습지를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얼마되지 않는 돈까지 나눠줬던 노구치를 보기 위해서.
에토가 고베항에서 배를 타고 브라질을 향한 때는 1961년 11월이었다. 외무성과 산하조직 일본해외협력연합회는 브라질 이민을 장려하는 홍보활동을 일본 각지에서 펼쳤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노동력이 부족한 브라질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관개용수가 완비된 20정보의 토지와 거주용 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토는 아내와 동생을 데리고 브라질을 향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브라질에 그들이 말한 토지와 주택은 없었다.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밀림이 있을 뿐이었다. 벌렘 주재 일본 영사는 "힘이 닿는 한 조처해 드리겠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
돌을 고르고, 나무를 베어내고, 천막을 쳐 겨우 햇빛과 비를 가리는 거처를 마련했다. 원시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곳 토양은 부식토가 지표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고, 인과 질소가 현저히 부족한 강산성을 띠고 있었다. 석탄을 대량으로 뿌려 토질을 변화시켜도 우기에 비가 내리고 강이 범람하면 말짱 헛일이 되고 말았다. 겨우겨우 작물을 길러내도 브라질 사람들은 사줄 돈도, 의사도 없었다. 주위에 지천으로 널린 게 과일이었기에, 브라질 사람들은 쌀이나 야채를 굳이 사먹으려 들지 않았다.
말라리아와 아메바성 이질, 황열병이 돌았다.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에토의 아내와 동생도 황열병으로 죽는다.
도망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언젠가부터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일본인 이주민이 토지로부터 이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여권을 압수했기 때문이다. 일본 영사관의 묵인 하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에토가 올가미에 목을 걸고 생을 마감하려 할 때, 그를 구조해준 사람이 노구치였다. 노구치는 어쨌든 살아야 한다며 에토를 격려했고, 돈도 주었다. 에토는 아내와 동생을 잃어버린 그곳에서 더 살 수는 없었다. 10년을 기약하고 에토는 노구치와 작별한다.
마나우스, 벌렘,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를 떠돌며 에토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어에 서툴고 기술도 없는 에토에게 삶은 가혹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에토는 아사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도움을 준 이가 창녀 엘레인이었다. 덩치가 큰 그녀는 아무런 조건 없이 에토를 받아들여 먹여주고 재워줬다. 그 다음에 만난 이가 같은 일본인 야마모토였다. 사금을 채취하는 곳에서 야마모토와 에토는 제법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강도들이 들이닥쳐 에토는 사금을 모조리 빼앗기고 한쪽 다리마저 불구가 된다.
다시 빈털털이가 된 에토를 도와준 이가 레바논 출신의 핫산이다. 핫산의 소개로 과일중개인이 된 에토는 몇 년간 미친듯이 일에 몰두했고, 약속한 10년째가 되었을 때에는 세 아자(Ceasa)에 가게를 차린 중견 상인이 되어 있었다.
성공하면 찾아가겠다던 엘레인과의 약속을 지킨 에토가 이번엔 노구치를 찾아 크로노이테강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노구치 부부는 없고 어린 아들 케이이치만 원시인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노구치 부부 역시 자연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었다.
엘레인과 결혼한 에토는 케이이치를 친아들처럼 키운다. 엘레인과의 사이에 마리아라는 예쁜 딸도 태어났다. 장사도 번창해 가게가 하나 둘 늘어났다.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엘레인과 마리아가 친정으로 갔다가 브라질의 낮은 치안 때문에 사고를 당한다. 강도들은 엘레인과 마리아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가진 돈을 빼앗아 도망친다.
성년이 된 다혈질의 케이이치가 군복무 시절에 알던 지인들을 동원해 강도들을 추적, 마침내 찾아내 모조리 살해한다. 복수는 완료했지만 둘은 자신들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을 잃어버린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상실의 날들이 반복되고, 그들의 의식이 크로노이테 강 어귀로 치닫는다. 정글에 자국민을 내팽개치고 전혀 돌봐주지 않았던 일본 정부, 일본에 남은 가족들에게 애걸복걸해 송금 받은 돈을 가로챈 일본해외협력연합회 직원들... 절망의 끝에서 그들이 찾아낸 것은 새로운 복수 대상이었다.
에토, 케이이치, 야마모토, 그리고 케이이치가 어렸을 적 함께 놀았던 마쓰오 등은 자신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 일본 정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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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반 일본은 전후 피폐해진 자국에서 입이라도 덜어낼 목적으로 이민 정책을 펼친다. 어떤 계획 하에 조건을 따져가며 추진된 일이 아니었다. 정부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브라질 오지에 내버렸다. 어떠한 후속조치도 대책도 없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 제국주의 놀이를 하며 흥청거리던 천황과 일본 군부, 그리고 정치인들에은 패전 후에도 전체주의 통치이념으로 무장하고 국민을 쓰레기 취급했다. 이에 들고 일어난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대학생들의 투쟁들이 아사마 산장 사건으로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자 버블 경기가 찾아왔다.
버블 경기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은 사라져갔다. 선악, 도덕, 정의... 그런 개념들이 삶과 유리된 채 책속에서만 거론되던 시절이었다. 경제의 부흥과 번영은 문화 측면에서 폭발했다. 사이버 펑크에서 다루는 미래 세계는 모두가 도쿄시내를 연상시켰던 그 시대... 버블이 꺼지고, 우민화된 국민들은 자민당만 찍는 투표기계로 전락한 현재. 아주 소수의 의식있는 사람들만이 일본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르포르타주와 추리소설의 영역을 넘나들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가키네 료스케의 <와일드 소울>은 일본 정부의 과거 잘못을 통렬히 꾸짖으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는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출간된 2004년도에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일본 문학 사상 최초 3관왕에 올랐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26729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