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우카이, 아케미, 사키코 >


새해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4일, 이카가와 시의 외각에 위치한 우카이 모리오 탐정 사무소에 젠츠지 사키코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가 풀어놓은 사정과 의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저 유명한 화가 젠츠지 요시히코로 미술 교과서에도 그의 그림이 실려 있을 정도다. 남편 젠츠지 요시히코 역시 화가지만, 실력은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바람이 난 것 같다. 상대는 취직을 위해 머물고 있는 먼 친척 여대생 도야마 마리코다. 그러니 탐정이 운전기사로 취직해 집에 잠입, 둘 사이를 염탐해 달라... 

마침 의뢰 내용을 듣던 건물주 아케미도 가정부로 잠입하기로 결심, 셋은 젠츠지가로 향한다.

그리고 그날, 젠츠지 사키코는 회색 정장에 베이지색 코트, 그리고 캘리백을 들고 외출한다.


< 류헤이, 사쿠라, 사이코 >


한편, 우카이 탐정 사무소의 견습 탐정이자 우카이의 매제인 도무라 류헤이 역시 비슷한 시기에 주죠지 사쿠라라는 아가씨의 도움 요청을 받는다. 주죠지 사쿠라는 부잣집 딸로, 사건 해결을 인연으로 안면을 익힌 터다. 류헤이는 은근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냉큼 그녀의 요청, 즉 '이노우에 카메라 상회'에 함께 가서 나카타니 SV8이라는 8미리 카메라를 산 뒤 지인 미즈키 사이코를 만나는 일, 에 착수한다.

셋이 별장에 모인 직후, 옆집 곤도 겐지로(아버지)와 곤도 히데오(둘째아들)가 치고 받고 싸움을 벌인다. 간신히 말려놓고 사정을 들어보니 아버지 곤도는 아들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특히 큰 아들 곤도 가즈오는 아버지를 죽일 듯이 미워한다고 했다. 3년 전 곤도 겐지로가 신원불상의 사내에게 습격당해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데, 곤도는 그 사내가 어쩌면 자신의 큰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이후 자취를 감춘 큰아들이 최근 부근에서 목격되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곤도 겐지로는 은근 등줄기가 서늘하다.


< 시키, 이즈미 >


폭설이 쏟아지는 날, 30세 전후의 아리따운 여성이 옆구리에 칼에 찔려 살해된다. 회색 정장과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그녀의 가방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카메라 가게 할아버지가 목격한 바를 바탕으로 피해자 신원을 조사하던 시키와 이즈미 형사는 길가에 부자연스럽게 세워져 있는 벤츠가 피해자의 차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차량을 절도하려는 범인을 잡으려다 이즈미는 발목을 다치게 된다.


< 이후 이야기 >


셋팅이 끝난 뒤의 줄거리는 이렇다.

젠츠지 사키코가 '회색 정장과 베이지색 코트, 캘리백을 들고' 외출한다. 부인의 차림새에 젠츠지 하루히코는 꽤 놀란다. (놀람 1)

그런데 젠츠지 하루히코는 길거리에서 금발머리의 청년, 곤도 히데오를 봤을 때도 꽤나 놀랐다. (놀람 2)

그날 전화가 한 통 걸려오는데 마리코가 불완전하게 나마 들은 바에 따르면  자신의 이름을 "O도"라 밝힌 뒤 "당신 부인을 OO했다" "이제 당신 차례다" 라고 했다고 한다. (놀람 3)

젠츠지 하루히코는 그날 밤, 오줌싸개 동상 밑 흙을 꽤 깊게 판다. 그런데 찾고 있는 것이 없었던지 하루히코는 부랴부랴 흙을 덮는다. (놀람 4)

탐정 우카이와 아케미가 하루히코가 사라진 뒤 땅을 파 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마리코가 최근 주차하다 오줌싸개 동상을 들이받는 바람에 위치가 바뀌었음을 알고 원래 위치를 파보니 백골 시체가 발견된다.

얼마 뒤 류헤이 일행이 곤도 겐지로의 집 창문이 깨져 있는 걸 발견한다. 들어가보니 곤도 겐지로가 이마에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누워 있었다.

얼마 뒤, 길거리에서 젠츠지 하루히코 역시 옆구리에 칼이 박힌 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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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로 유명한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1968년 생으로 오카야마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로 데뷔했다. 가상의 도시 이카가와 시를 무대로 한 그의 소설은 본격 미스터리에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스타일인데 다소 유치한 대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 풀이에 공을 들인 작품이 많아 일정한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다.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은 '서술 트릭' 반칙을 쓴다. 독자는 <시키, 이즈미> 형사 이야기가 현재이고, 발견된 시체 역시 젠츠지 사키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키, 이즈미> 형사 이야기는 3년 전이다. 시체는 젠츠지 하루히코의 전 부인이다.


한편, 이즈미 형사와 사이코, 젠츠지 사키코는 모두 동일 인물이다. 서술 트릭에 이은 두 번째 반칙이다.


(스포 및 시간순 배열)


3년 전 곤도 가즈오와 젠츠지 하루히코가 교환살인을 하기로 약속한다. 마치 히치콕의 영화 <낯선 승객>과 같이 말이다. 곤도 가즈오는 젠츠지의 전 부인을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이때 시체를 발견하고 수사를 하던 형사들이 시키와 이즈미이다.

반면, 젠츠지 하루히코는 곤도 겐지로를 살해하는데 실패한다. 곤도 겐지로는 자신의 큰아들이 자신을 습격했다고 오해한다.

곤도 가즈오는 거듭 하루히코에게 곤도 겐지로를 확실히 살해하라고 독촉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히코가 곤도 겐지로를 살해하는 대신 곤도 가즈오를 살해하고 마당에 시체를 파묻는다.

그 뒤 젠츠지 하루히코는 형사를 관둔 이즈미와 결혼한다. 이즈미는 이름을 젠츠지 사키코로 바꾼다.

한편, 곤도 겐지로의 동생 곤도 히데오가 형의 유품에서 캘리백을 발견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 뒤 히데오는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한 결과 자신의 형과 젠츠지 하루히코가 서로 교환살인의 계획을 세웠고, 그게 틀어져 형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추리해 낸다. 히데오는 이런 의심을 젠츠지 사키코에게 털어놓는다. 그래서 연극이 시작되고, 하루히코가 4번 놀라게 되는 것이다.

하루히코는 가즈오가 살아 돌아왔다고 오인하여 3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교환살인을 실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곤도 겐지로의 칼에 맞아 길거리에서 사망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92108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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