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신사 세계추리베스트 17
시바타 렌자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경찰청 형사부 수사 1과의 스기토 사부로가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뜨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사건을 해결한 날 이렇듯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키토는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신 뒤 거울을 쳐다봤다. 그 때 머리도, 넥타이도, 양복도 모두 회색인 신사가 나타났다. 그는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실패한 거야......"


<유령 신사>는 짤막한 이야기 열 두 편을 엮어놓은 연작 미스터리 소설인데, 수수께끼 풀이는 위와 같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회색인 신사가 등장하여 해결한다. 


<동반자살> 스기토 사부로는 정사사건을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교묘히 조작된 살해사건이었다. 똑같은 차를 이용한 트릭에 속은 사부로에게 나타난 회색신사. 


<자살한 노배우> 화려하게 데뷔한 뒤 인기가 상승한 여배우의 순정이 사실은 자신을 키워준 노배우에게 있었다는 반전


<내기를 한 여대생> 대학재단의 뒷거래 헛점을 파고들 묘안을 세 남자에게 제안한 뒤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결혼상대를 고르는 깜찍한 꾀를 내는 여대생.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자에게 당하고 만다. 아직은 순결을 중시하던 시대에 쓰여진 단편.


<가버린 부정한 아내> 상대 조직의 보스를 결투로 해치운 남자. 하지만 남자는 나이가 들면서 용기를 잃어버린 비겁자였기에 실제 결투에 나간 것은 똘마니였다. 그런 남자의 체면을 아내가 지켜준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을 지켜준 알리바이는 다른 남자와 정분을 통했다는 스토리가 필요 했는데... 사건이 끝난 뒤 아내는 남편의 체면을 위해서라며 이혼을 한다. 하지만 회색신사는 그녀야 말로 꾀를 써서 남편을 떠난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개 남은 독약> 40대에 접어든 마담을 꼬여낸 바람둥이가 마담의 가게를 집어 삼킨 것도 모자라 끝내 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마담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 노장이었으니...


<범인을 잡은 카나리아> 냉혹한 살인 청부업자가 가스를 사용해 목격자를 처리하려다 뒤늦게 마음을 바꿔 신문사에 누군가 자살하려 한다고 신고를 하는데... 살인 청부 업자가 마음을 바꿔 먹은 이유가 인간 생명에 대한 측은함이 아니라 카나리아의 생명 때문이었다는 것은 비정하다 해야 할까, 그로테스크 하다 해야할까...


<검은 백조> <두 개 남은 독약> 과 마찬가지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이야기


<애인은 살아 있다> 보험금에 촛점을 맞춰 범인을 추리해 내려 하지만 이상하게 아귀가 맞지 않는데... 사실 범인은 보험금에 관심이 없었기에 범인으로 의심 받지 않았던 것. 범인이 노리는 것은 보험금 보다도 훨씬 큰 유산이었으므로...


<장미를 무서워한 유부녀> 어느 날 집에 들어와 객식구 노릇을 하던 남자. 그 남자가 못 마땅한 부인이 남편이 집을 비운 어느 날 남자를 추궁하는데... 남편이 누군가를 죽여 뒷 뜰에 묻어 두었다는 고백을 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남자에게 몸까지 빼앗긴다. 하지만 사실 진짜 범인은 남자였고, 부인은 완전히 속아 넘어갔던 것. 남자는 뒤뜰에 묻힌 증거를 부인이 보는 앞에서 파헤쳐 유유히 사라진다.


<거지의 의족> 다리를 잃자 기존 다리보다 더 길게 의족을 달아 맨 거지. 거지는 품격 있는 태도로 구걸 했고 헌신적인 아내까지 있었다. 어느 날, 불량배들에게 거지가 매를 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것은 어이 없게도 가짜 성기였으니... 헌신적인 아내는 가짜 성기와 거기에 숨겨져 있던 보석을 가지고 남은 인생에서 희망을 찾는다.


<사랑을 버린 시인> 최고의 미녀를 뽑는 심사위원들이 사실은 사물의 한 쪽 면 만 보고 속아넘어간다는 단편


<날카로운 고양이 발톱> 회색 유령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나는데... 어긋남이야 말로 인생의 아이러니.


1951년 <예수의 후예>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고, <네무리 쿄시로 무뢰공>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시바타 렌자부로. 책 말미에 그의 문학관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함께 실려 있는데, 리얼리즘에 반발해 상상력이야 말로 소설의 정수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대중소설 작가로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여성관 역시 실려 있는데 '소설가는 바람을 피워야 한다'로 압축될 수 있겠다. 지금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간 감옥 가겠지만, 당시만 해도 전후였으니 대충 스타일리쉬하게 보였을지도...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91299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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