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남
신도 준조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화자 '나'는 영화 관련으로 로케이션 장소 헌팅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지도남의 존재는 매우 도움이 된다. 그는 찾고 있는 로케이션 조건만 알려주면 후보지를 줄줄 불러 주는 한 사람이었다. 그는 대형 지도첩을 항상 끼고 다녔는데, 전국 어느 곳이든 그가 가보지 않은 곳은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의 지도첩에는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M이 네 살에 첫 앨범을 발표하는 이야기, 도쿄 23구의 마크를 둘러싸고 밤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장렬한 격투 이야기, 정리해고된 샐러리맨이 산적이 되어 가는 이야기, 그리고 무사시와 아키루의 절망적인사랑 이야기 등등...


'나'는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대체로 삼인칭으로 누군가에게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문체라는 점. 그리고 모두 다 리얼리즘의 지표에서는 늘 몇 센티미터쯤 떠 있는 것 같은 망상담이라는 점. 이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지도남은 어떤 타이밍이 되면 이야기들을 말로 풀어놓는 듯했다. 먼저 말로 이야기를 풀어놓고, 말로 풀어놓은 김에 지도 위에 써 나가는 듯했다. 자기가 서 있는 혹은 걷고 있는 장소가 포함된 지도첩 페이지에 그 토지의 이야기를. 그 이야기들은 대체로 모두 팝하고, 광조적(狂躁的)이고, 엔터테인먼트가 제대로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 '나'는 궁금해진다. 지도남이 지도첩을 펼칠 때. 그 이야기를, 지도남은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알게 된 사실. 그의 이야기들은 호쿠사이의대표작 <후가쿠 36경>에 '후지 산'이 반드시 그려져 있듯이 여자 한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 


그녀에게 모든 이야기를 바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헌사적 뉘앙스가 아니야...... 그녀가 살아가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얘기하는 거야. 아, 지금 어딘가로 갔다! "지도첩에는 그녀가 있는 거로군." 그래서 지도남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도첩에 틀어박혀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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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남>의 작가 신도 준조는 1997년 도쿄 태생으로 2008년에 <지도남>으로 데뷔, 제3회 <다빈치문학상> 대상을 수상한다. 같은 해에 <안도 3형제의 성직>으로 제15회 <일본호러소설대상> 대상, <RANK>로 제3회 <포플러소설대상> 특별상, <도쿄 뱀파이어 파이낸스>로 제15호 <전격소설대상>은상을 수상하는 등 상복이 꽤나 있는 작가로, 2019년에는 <보물섬>으로 나오키상 까지 수상한다.


작품 성향은 작품 속에서 지도남이 풀어내는 이야기처럼 "리얼리즘의 지표에서는 늘 몇 센티미터쯤 떠 있는 것 같은 망상담" 계통이다. 

영어와 일본어를 믹스시킨 문장이 거슬리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쓸데없는 말이나 텔레비전 얘기 잇세트라를 모조리 믹스시켜 초고속으로 셰이크했고..." 하는 식의 문장들이 그렇다. 국내에는 아직 <지도남> 외에 출간된 작품이 없는데, 흥행이 어느 정도 보증되는 나오키상 수상작 <보물섬>이 곧 번역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78578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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