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이긴 두 여인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1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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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숙모>

 

여의도 집필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전화 속 목소리는 자신이 성백희의 아내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성백희는 '나'의 외삼촌이니,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외숙모가 된다. 서울에 한강 유람선을 타러 왔다가 전화를 걸었노라고, '내'가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신문을 통해 알았노라고 했다. 40년 만의 연락이다. '나'의 기억은 과거로 치닫는다. 

'내'가 열 살 때 1.4 후퇴 직후 부모와 헤어져 능바우에서 살았다. 나는 외숙모와 1년 반을 함께 살았다. 외숙모는 신혼생활 2주일 만에 의용군에 끌려간 외삼촌을 기다리며 시부모와 살고 있었는데, 그때 갓 스물을 넘었을 무렵이었다. 외숙모는 고아가 된 큰시누이의 아들인 '나'에게 정을 붙이고 외로움을 견뎌냈다. '나' 역시 그런 외숙모에게 의지했던 것 같다. 그런 시절이, 죽었던 아버지가 '나'를 찾으러 오면서 끝이 난다.

다시 만난 외숙모는 그 시절과 많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 손을 덥석 쥐며 소회를 나누며 40년 세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외숙모를 태우고 온 관광버스가 출발하려 할 때에, '나'는 외숙모에게 다급하게 40년 전에 둘이 함께 골방에서 불렀던 노래가 뭐였는지 묻는다. 잠시 생각하던 외숙모가 웃으면서 <타향살이> 였노라고 말한다. '나'는 '타향살이 몇 해던가'로 시작하는 그 노래를 삼절까지 거침없이 부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노래가 끝났을 때, 40여 년 동안 사라졌던 그 무엇이, 아마도 세상살이에 꼭 필요했던 그 무엇이 노래가 시작되면서 찾아졌다가 방금 노래가 끝나면서 사라져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진 이후 세 남자의 품속을 거치면서 사내들의 땀냄새를 맡아왔고, '나'는 스무 살 때부터 현재까지 20년 동안 분냄새를 맡으며 카바레 악단원으로 섹소폰을 불어오는 처지다.

어떤 연유로 '나'는 중국에 사는 큰아버지의 딸 금자누나와 연락이 닿게 되었고, 그 편을 통해 북한에 있는 아버지와도 연락이 닿는다. 

아버지는 과거 사상운동을 하다가 보도연맹증을 받고 두어달 마음을 고쳐먹는가 싶더니 인민군이 내려오자 그들을 따라 입북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나'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에 대한 막연한 반발심을 지닌 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러다 금자누나의 집에서 아버지와 상봉하기로 계획을 하고 3개월을 체류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출국 전날 까지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실망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려할 때에 아버지가 북에서 중국으로 오게 되고, '나'는 만 하루동안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어떤 악심이 승해서 어머니에게 이북의 아버지 가족 사진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반응이 의외였다. '사상에 미쳐서 북에 간 줄 알았더니 동료 여교사와 바람이 나서 북에 갔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후처가 3년 전에 죽었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뜻밖에도 '우째 그리 험한 팔자를 타고났을꼬......' 하실 뿐이다. 잠시 후 어머니는 코를 '헹' 하고 풀었다. 나는 마음이 놓였다. 어머니가 코를 '헹' 하고 풀 때면 기쁨, 슬픔, 분노 할 것 없이 어떤 감정이라도 끝장을 보게 마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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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인지 회사에 이 책이 이십 여 권 쌓여 있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가져다 보라길래 집으로 가져와 책꽂이에 꽂아두고선 잊어버렸다가, 어제 짤막한 소설을 읽고 싶어 집어 들었는데 그런대로 읽힌다. 


작가는 1989년 <피와 불>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작품이 일본 도쿠마 문고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후에 <꽃 파는 처녀>로 개작된다. <꽃 파는 처녀>라면 김일성이 직접 창작에 관여했다는 설이 있는 혁명가극이 아닌가. 게다가 이 영화의 주인공 홍영희가 홍상화의 재종누이가 된다고 한다.   

이수문학상(과거 21세기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모으는데 하필 2005년도 작품집이 없다. 2005년도 수상자가 홍상화이고, 수상작은 <동백꽃>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69338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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