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침묵
마이클 콘 / 정민미디어 / 1994년 4월
평점 :
절판


독립 기념일을 맞아 한껏 달아오른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젊은 남녀가 둘만의 장소를 찾아 내어 몸을 비벼댄다. 사람이 지나지 않는 으슥한 그곳에서 남자의 애무를 받던 여자의 시선이 문득 한 곳에 집중된다. 처음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쏟아지는 하수구 물 속에 섞여서 흘러나오는 것은 작고 이상한 물체였는데, 차츰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게 되자 전신이 얼어붙고 만다. 

모두 7개나 되는 어린아이의 잘린 손이 그렇게 발견되고, 휴스턴의 7월 4일 독립 기념일 축제는 연쇄살인마의 존재를 알리는 경악스러운 이벤트로 덧칠 되고 만다. 

휴스턴 경찰서의 스웨커트 반장이 사건을 맡게 되지만 부(副)서장이 연쇄살인범의 조속한 체포를 위해 주립수사국에 추가로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여 오드리 맥클레어가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다. 남성 위주의 수사판에 여성 특별수사관이 상급기관에서 파견되자 고참 형사들은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한다.

미묘한 갈등 속에서도 수사는 착착 진행되는데, 먼저 증거물인 손에 대한 분석이 시행된다. 포르말린을 사용해 부패를 방지한 손에는 절단된 다음에 봉합된 흔적이 있었고 잉크로 숫자가 문신되어 있었다. 숫자가 작을 수록 손의 크기가 작다는 점에서, 숫자는 살해된 아이의 나이를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온다. 시내 모 병원의 의사가 정보를 주겠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싱어 박사라고 자신을 밝힌 의사에 따르면 병원에 격리 수용된 소년이 하나 있는데, 소년은 4살 때 까지 양부모 손에서 자랐고 피해망상이 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소년이 자해를 하지 않았는데도 팔목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다는 점과 몇 년째 병실 벽에 숫자가 그려진 손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맥클레어는 직감적으로 소년과 이번 연쇄살인 범행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아이는 언어장애가 있는데다 타인과 관계맺기에 능숙하지도 않은 상태. 소년이 매년 7월 16일이면 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또 한 명의 사망자가 생겨날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소년이 그리는 손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맥클레어는 알아낼 수 있을까. 

사건 해결을 위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슬픈 과거가 드러나고, 남성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맥클레어는 점차 자신감을 잃어간다.


1993년에 개봉한 영화 천사의 침묵(원제 When The Bough Breaks)의 원작 소설로, 기형인 손을 가지고 태어난 딸을 위해 의사 아버지가 매년 아이들을 살해한 뒤 손을 절단하여 딸의 손목에 봉합한다는 엽기적인 컨셉의 소설이다. 역자는 이 소설이 휴스턴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고 적고 있는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진위여부 확인은 어렵다. 

작품 구성은 그야말로 조악하다. 작가는 초반에 떡밥들을 충실히 던져주며 독자를 유혹하는데 성공하는데, 중반 이후 뜬금없이 괴물과 치르는 전투 장면을 삽입하여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뒤, 사과라도 하듯 범인과 범행이유를 털어놓는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이 영화의 원작소설인지, 아니면 영화가 만들어진 뒤 영화의 흥행에 기대어 쓰여진 일종의 씨네마 소설인지 헤깔린다. 그러나 확인을 위해 노력할 만한 가치는 그다지 없는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68187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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