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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황혼
김성종 지음 / 추리문학사 / 198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마스 이브. 어둠과 함께 함박눈이 내리는 거리를 이동표는 씁쓸한 마음으로 걷고 있다. 40세의 나이에 교정기자 일에서 밀려나 실업자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술집에 들어가 위스키 석 잔을 비운 이동표는 조금 기분이 유쾌해짐을 느낀다. 영화나 한 편 보고 나서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좁은 길을 들어섰을 때였다. 사람들이 잔뜩 몰려 서 있는 걸 보고 들여다 보니 왠 여자가 길바닥 위에 폭삭 엎어져 있다. 동표는 그대로 두면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자를 업고 병원으로 간다. 의사와 간호사는 5만원의 보증금이 없으면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매정하게 말했고, 동표는 어쩔 수 없이 퇴직금을 헐어 돈을 지불한다. 잠시 뒤 여자를 진찰한 의사는 그녀가 수면제를 다량 먹은 게 틀림없다고 말하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살을 기도한 그 여자는 얼마 뒤 자신을 구해준 이동표에게 전화를 걸어와 감사인사를 전하며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다. 동표는 그녀가 영화배우 오애라 라는 사실을 알고 쑥쓰러움을 느끼며 만남을 거하지만 여자는 한사코 동표를 졸라댄다. 어쩔 수 없이 동표는 오애라와 모일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당일 약속장소에 나가지만 어이없이 바람을 맞는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사람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동표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추락한 사람은 오애라였다.
경찰은 단순 자살로 처리하지만, 동표는 약속을 앞두고 나신으로 투신자살하는 여자는 없다는 생각에 오애라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오애라의 언니 오미라가 동생의 일기장을 가지고 와 보여주자 그런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화한다. 오애라는 디자이너 홍 기의 마수에 걸려들어 마약에 중독되고 매춘을 강요받다가 급기야 일본으로 팔려갈 지경이 되자 자살한 것이었다.
국제적인 매춘조직과 전직 기자의 활극이 펼쳐진다. 김성종 소설은 <최후의 증인>과 같은 수작이 있는가 하면 대본소용 무협지처럼 그다지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도 있다. <서울의 황혼>은 후자쪽에 가깝다. 사실 추리소설로 분류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뜻밖에도 이동표는 입체적 인물인데,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부정적 의미에서 그렇다. 사실 그는... 월남전에 파병되어 미군과 특수임무를 펼쳤던 인물로 국제마약조직과의 일전을 앞두고 온몸이 칼날과 같이 벼려져 15년의 공백을 단숨에 뛰어넘어 인간병기가 된다. 그렇다면 직전에 양아치 둘에게 죽도록 얻어터진 것은 왜인가? 그것은 15년 전에 자신이 어떤 인물이었던지 미처 기억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소룡 영화를 연상시키는 <서울의 황혼>은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지'로서 '전화로 주문하면 우송해 드리는' 계간 추리문학에서 1989년도에 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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