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갑인년(1794년)도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정약용이 채제공 대감의 부름을 받는다. 채제공 대감은 영의정을 관두고 영중추부사로 물러나 있다가 얼마 전부터 화성 공역을 책임지는 성역소의 총리대신을 맡으며 다시 출사한 인물로 시파의 영수였다.

당시 조정은 시파(時派)와 벽파(僻派)로 나뉘어 있었다. 시파는 경장(更張), 즉 개혁을 주장했다. 따라서 시파가 독재군주에 의한 통치, 즉 정조의 왕권강화를 지지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잉구(仍舊), 즉 보수를 고집하는 신료들은 정조의 개혁정책을 못마땅해 했고 사대부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정조는 벽파에 대항하기 위해 친위세력인 장용영(壯勇營)을 설치하는 한편, 기존의 오군영을 축소하거나 해체하는 군제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사대부 기반이 강한 한양 대신 화성에 신도읍을 건설하고 천도를 단행할 생각이었다. 

이에 더해 앙법의 도입으로 소출이 늘어나고 상평통보가 통용되면서 상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편차도 늘어나는 경제적 긴장까지 고조되자 시파와 벽파의 한판 대립은 불가피해 보였다. 

바로 그 시기에 채제공이 정약용을 불러 수원 화성에 암행 감찰을 명한다. 그리고 벽파의 영수 김종수는 주상의 궐위 시 병조판서가 군권을 장악한다는 점에 착안해 반정을 꿰하고, 민란을 주도하다 도피했던 문인방이 나타나 이들과 일시 연합전선을 펼친다.

정조를 암살하려는 치밀한 계획을 정약용은 막아낼 수 있을까?


정조를 암살하려는 벽파와 민란 세력,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정약용의 행동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식인데... 아니 암살하려는 자들의 계획을 먼저 쭉 얘기한 담에,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대응을 보여주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문제집 뒷편의 답안지를 쭉 찢어서 옆에 놓고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게다가 민란이 실패해서 쫓겨났던 문인방이 왜구 한 두놈을 데려와서 테러를 계획한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이 성공하면 왜구에게 제주도를 넘겨준다? 어떤 논리회로를 가동시켜야 이들이 암살에 성공하면 제주도가 넘어간다는 플로우차트가 그려지는가? 

 

대학 입학 당시 라디오에서 거의 매일같이 선전해 대던 책 중 하나가 바로 <베니스의 개성상인>이었다. 당시 200만부 이상 팔렸고 하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나의 마이너한 성향 때문에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나와 인연을 맺지 못했고, 25년이 지난 뒤 <원행>으로 인연을 맺는다. 그다지 과거의 선택이 잘못 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66424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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