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섬 미도리의 책장 2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호쿠사이의 복제품 판화가 걸려 있는 찻집 <호쿠사이야>를 운영하는 아야메는 함께 일하는 나쓰코, 나쓰코의 애인 무코, 그리고 '토끼 군' 이라 불리는 다나카 등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세토 내해의 S섬에 놀러가기로 한다.

추가로 참가하게 된 사람은 총 4명으로 '토끼 군'의 애인 시즈카와, 역시 '토끼 군'의 절친 모리타, 그리고 시인 야지마 도리코와 그의 아내 나나코였다.

여기서 야지마 도리코는 주인공 아야메와 불륜 관계였고, 모리타 역시 시즈카를 맴돌고 있어서 묘한 두 개의 삼각형이 존재했다.


S섬의 별장에 도착한 일행은 짐을 풀고, 여행에서 으레 먹기 마련인 카레를 만들어 먹는다. 다소 들뜬 분위기와 함께 감도는 음침한 기운은 그 섬이 과거 신흥종교 <오안네스의 아들> 성지였기 때문이었다. 그 종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종교적 극치로 보았기 때문에 자살 소동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던 종교였다.


그날 밤, 아야메는 불륜남 야지마와의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뒤숭숭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토끼 군'과 묘한 분위기가 되어 새벽까지 함께 있게 된다. 새벽 즈음 나나코의 방에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둘은 목격하게 되지만,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나코가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방 안은 밀실이었고, 그녀의 심장은 사라진 상태였다. 일행은 충격에 빠지고, 곧이어 밀실살인이 연쇄살인으로 진화한다.

차례로 무쿠 군이 살해된 뒤 불에 타고, 토끼 군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급기야 아야메 역시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마지막으로 도리코는 자살한다.


일행은 범인을 아야메로 지목하고, 아야메 역시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시인한다. 다만 그녀가 정신이상 상태에서 모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인정되어 감옥행만은 면한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갇힌 그녀에게 모리타가 찾아오면서 사건의 진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


199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곤도 후미에의 데뷔작이자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이다. 미스터리 평론가 다카키 히로시는 이 작품을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와 비교하며 평을 하는데, 사실 작품의 품격이나 완성도에서 <회귀천 정사>에는 미치지 못한다.

<얼어붙은 섬>에서 판화가 호쿠사이나 가부키 아케가라스의 인용, 그리고 <오안네스의 아들>이라는 신흥 종교 등은 모두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품으로 쓰일 뿐이다.

반면 <회귀천 정사>는 인용된 작품이 스토리에 정밀하게 녹아들어 감동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작동하고, 마침내 이야기의 변용이 새로운 원작으로 재탄생 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얼어붙은 섬>의 낯선 섬과 안개, 그리고 보트 열쇠의 분실로 완벽한 폐쇄공간이라는 설정 만으로도 미스터리 팬들은 설랠 수 있겠으나,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말은 아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627882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