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의 최후
스칼렛 토마스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에어리얼의 본래 직업은 기자였는데 우연히 솔 벌렘 교수와 만나 토머스 E.류머스라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류머스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었고, 그가 쓴 작품 <Y씨의 최후> 역시 희귀본이어서 둘은 금새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에어리얼은 벌렘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 박사 과정을 밟게 되는데, 문제는 교수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 연구동 하나가 무너져 어수선한 상황이 반복된다. 

기분 전환 겸 에어리얼은 집에 가는 길에 중고서점에 들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동안 애타게 찾던 <Y씨의 최후>를 손에 넣게 된다. 책은 저주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왜냐하면 그것을 읽은 사람은 모두 죽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에어리얼은 책을 탐독하기 시작하는데, Y씨가 정체불명의 물약을 먹은 뒤 타인의 의식(트로포스피어)에 들어가는 내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물약의 조제법을 찾아내 트로포스피어에 들어가는데 성공한 에어리얼은 자신이 상대편의 기억을 공유함은 물론 생각의 일부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한 사람(혹은 개체)의 트로포스피어에서 다른 사람의 트로포스피어로 이동도 할 수 있어 사실상 시공을 여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트로포스피어로 이동하는데 성공한 뒤로 정체 불명의 남성 두 명과 그들이 데리고 다니는 키드가 에어리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는 데 있었다. 에어리얼은 이들을 피해 트로포스피어를 여행하면서 대폭발 이론과 창조론, 천체물리학과 신의 문제, 현상학과 후설, 데리다와 차연, 하이데거와 시간, 샤르트르와 실존, 보드리야르와 시뮬라르크 등 현대 철학과 과학에 관한 사유들을 펼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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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쿼크와 전가가 0과 1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만약 생각이 물질이라면 모든 것이 실재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실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데리다의 차연, 보드리야르의 시뮬라르크. 만약 생각이 물질이라면 모든 것이 실재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 방정식을 거꾸로 뒤집으면, 즉 물질이 실제로 생각이라면 그렇다면 아무것도 실재하지 않게 된다. 이 두 가지 발상이 동시에 사실일 수 있을까? 이 부등식이 '에너지는 질량이다.'와 똑같은 방식으로 유효할 수 있을까?


민음사는 책 판매량을 의식해서인지 '저주받은 책',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능가하는 지적 추리소설' 따위의 문구로 현혹하는데, 여기 현혹되서 책을 읽는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런 류의 소설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에어리얼이 끊임없이 진행하는 사고실험(실제로는 없는 장치나 조건을 머릿속에서 상정하여 진행하는 실험)을 약간의 관심과 검색을 통해 따라가다 보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특히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의 원리, 뉴톤의 세계관에 반하는 상대적 세계관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을 먼저 습득한 뒤 읽어보길 권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6277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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