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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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이 넘는 키와 엄청난 왼손 완력으로 고교 시절 이미 프로야구단의 지목을 받았던 최현수. 하지만 정작 프로야구로 넘어간 뒤에는 2군을 전전하다 은퇴한다. 고질적인 왼손 마비증세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별명은 '용팔이' 었다. 직업 야구 선수로서 치명적 결함이었다.

연봉이 800만원 밖에 안되는데도 장래성 하나를 보고 최현수와 결혼했던 강은주는 남편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이 되자 악바리가 되어 돈을 모은다. 몇 년이 흐른 뒤, 강은주는 일산에 전세를 끼고 빚을 얻어 아파트를 장만한다. 이자비용과 당장 살 집은 어찌할 것이냐는 최현수의 물음에, 강은주는 지방근무를 자원하여 사택에 들어가면 된다고 답변한다. 최현수가 야구선수를 은퇴한 뒤 취직한 보안업체는 지방근무 자원자가 모자랐다.


이사가기 전 사택을 보고 오라는 강은주의 바가지를 뒤로 한 최현수는 는적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과거 함께 운동했던 친구가 차린 술집에 가 술을 마시며 자신의 인생이 왜 이리 꼬였는지 괴로워하던 그는 취중에 운전대를 잡는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한 버릇이었다.

비가 내리던 그 날, 최현수는 세령댐 부근 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무언가를 치고 만다. 여자아이였고, 기묘하게 뒤틀려 버린 몸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여자아이는 상태를 살펴보는 최현수에게 '아빠'라고 중얼거렸다. 최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여자아이를 질식시켜 죽인다. 그리고 강물에 빠뜨린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시간들이 지나고, 최현수는 부랴부랴 차를 수리한다. 강은주에겐 사택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세령댐 근무를 취소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강은주에겐 씨알도 안 먹힐 얘기였다.


한편, 최현수와 한 집에 살게 될 승환은 사건 당일 날 밤 세령댐에 몰래 들어가 잠수를 하고 있었다. 승환의 아버지는 한강에 빠진 시신을 건져내던 것을 업으로 삼았었고, 아들인 자신도 SSU 출신이었다. 그날 승환은 한 구의 시신이 자신의 옆으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오영제가 있다. 세령의 아버지이자 하영의 남편. 세령수목원의 상속자로 인근 토지 대부분을 소유한 부자이며, 서울에 메디컬센터 빌딩을 가진 치과의사. 그는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의 한 부분으로 아내와 딸을 끼워 넣었다. 원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통한 '교정'을 가했다.

참다 못한 하영이 집을 나가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오영제는 1심에서 패소했다. 그 분풀이를 딸 세령에게 퍼부었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세령은 엄마가 그리워 엄마의 옷을 입고 화장을 했었다. 오영제는 그런 딸을 '교정' 하였고, 세령은 오영제가 방심한 틈을 타 바깥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최현수의 차에 치여 숨진다.


세령호에서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은 오영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오영제가 세령을 학대했다는 정황만 나왔을 뿐 살해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오영제는 경찰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서포터'를 고용해 별도로 조사를 시작한다. 처음엔 사건 당일 잠수를 한 승환을 의심한다. 하지만 CCTV에 나타난 차량 불빛과 새로운 보안팀장 최현수의 등장으로 오영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깨닫는다.


오영제가 최현수를 요리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최현수는 자신의 범행을 감당하지 못해 술로 세월을 보냈고, 몽유병 증세까지 보였다. 자해로 왼손이 봉인되고, 오영제가 놓은 덫에 발까지 다친 최현수. 오영제는 서원을 세령호 한가운데 불룩 솟은 한솔등에 묶어놓고 댐 수문을 막아버린다. 물이 차오르면 서원이 죽을 것이고, 물을 빼기 위해 수문을 열면 마을 사람들이 수몰될 것이다. 최현수는 서원을 살리기 위해 수문을 연다. 그 결과 최현수는 희대의 살인마가 되어 사형을 언도 받는다.

7년이 지난 뒤, 형이 집행되고 최현수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사이 서원은 살인마의 아들로 정상적인 생황을 하지 못하고 쫓겨다닌다. 그러다 어느 날, 승환이 쓴 소설을 읽게 된다. 최현수와 오영제, 그리고 승환과 자신이 주인공인 그 소설의 마지막 장은 엄마인 강은주의 챕터만 비어있었다.

아버지 최현수의 형이 집행되었다는 전보가 배달된 날, 사라졌던 오영제가 서포터와 함께 다시 나타난다. 붙잡힌 승환과 서원은 하영의 전화번호를 미끼로 마지막 도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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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내 심장을 쏴라>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근 작가들 답지 않게 경험과 취재가 글에 적절히 녹아 있어 진지함이 돋보였다.  그래서 <7년의 밤>을 사 놓고 벼르다 이번에 읽게 되었다.

한번에 쭉 읽어나가지 못하고 자꾸 책을 덮은 것은 그만큼 긴장을 고조시켜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훌륭했기 때문이리라. 호흡도 적절하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좋다.


그러나 선이 굵은 이 소설은 남성적인 영역에서 자주 취약점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사람을 치어서 보닛과 범퍼 등이 파손된 차를 동네 카센터에 오전에 맡겼다 오후에 찾아온다는 대목이나, 수리된 부분을 보고 15일에서 30일 사이에 수리된 차임을 정비공이 일러준다거나 하는 부분이 그렇다. 작가가 이런 분야에는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또한, 일회용 면도칼의 칼날 부분을 분리한다는 대목 역시 아리송하다. 과거 안전면도기의 면도날을 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일회용 면도기의 면도날은 별도로 분리할 수 없다.

소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입 안에 난 수포에 혀를 자꾸 대보는 것처럼 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사람은 미움이든 사랑이든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자가발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싸이코패스의 이야기다,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장르소설로서 특정 매니아를 표적으로 한 소설이 아닌 바에야, 작품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오영제에 대한 악마화는 디테일에서 완성되었어야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5074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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