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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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살해당한 사람의 이름은 다카하시 히로유키, 직업은 의사였다. 사인은 트로피로 후두부를 강타당한 것이었고 사건 직후 아내 준코가 자택에서 체포된다.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살해했다고 순순히 시인했지만 동기는 모호했다. 

하지만 일부 이웃들은 살인이 일어나기 전 편의점에 들렀던 차남 신지가 사건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자취를 감춘 점에 주목했다. 실제 살인범은 신지이고 모친 준코는 아들을 감싸고 있을 뿐인지도 몰랐다. 


다카하시 가족의 맞은 편에는 엔도 가족이 살고 있다. 부모를 당신이라 부르며 업신여기고 시도 때도 없이 히스테리를 부리는 딸 아야카, 그런 아야카에게 속절없이 당하면서 눈치만 보는 엄마 마유미,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가장 게이스케. 이들 모두는 앞집에서 살인이 일어난 날 무언가를 듣고 보았다.

그리고 남의 집 일을 빠짐없이 체크하고 참견하고 싶어하는 또 한 명의 이웃 고지마 사토코는 무엇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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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입에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범인이나 살해방법, 동기에 초점을 맞춘 소설은 아니다. 결국 밝혀지는 살인의 동기라는 것이 '자신이 정한 행복의 잣대가 부정되어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정도이므로 미스터리 소설의 본류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현대 일본사회가 처한, 살인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공동체와 도덕의 붕괴상황을 다룬 작품이라고 봄이 타당하겠다.     

소통의 단절, 공동선에 대한 외면,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기껏해야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철저히 개인주의적 언사가 도덕을 대신하는 일본사회.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거리낌 없이 누군가를 따돌리고, 연좌제를 적용하고, 법을 넘어선 사형(私刑)을 가해도 무방한 사회. 

소설에서는 그런 분자화된 개인들이 공동체로 회귀하려는 제스처를 보이며 끝나지만, 그것은 작가의 바람일 뿐 사실상 일본사회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3285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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