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1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창해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연쇄살인 문제를 다루는 FBI의 행동과학과 책임자 잭 크로포드는 32명의 유명한 연쇄살인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미제사건 해결을 위한 범죄심리학적 측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대상자 중 골치 아픈 자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분석심리학자 한니발 렉터였다. 그는 볼티모어 주립 감호병원에 수감되어 있었는데 연쇄살인을 저지른 뒤 인육을 먹은 전력이 있었다. 손가락이 여섯개이고 기가 막히게 후각이 발달한 렉터는 병원에 수감되어 있으면서도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했고, 연구를 위한 서신을 교환했다. 감호병원장 칠튼 박사를 조롱하기 위해 그의 정신분석 결과를 학회지에 발표하는 등 기행을 일삼는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크로포드는 아직 연수생 신분이지만 카운슬러 자격증이 있고 의욕이 넘치는 클라리스 스타알링이 렉터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클라리스는 한니발 렉터에게 다소 주눅이 들었지만 인터뷰하고 싶다는 의사는 강하게 전달했다. 렉터도 클라리스에게 묘한 매력을 느껴 다소 협조적으로 나왔다. 렉터는 여자 다섯을 죽인 뒤 가죽을 벗기는 '버팔로 빌'에 대해 힌트를 준다. <라스페일의 자동차>를 보라는 것.

라스페일은 렉터의 환자이자 희생자로 볼티모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플루트 주자이고 그의 아홉번째 희생자였다. 렉터는 그를 죽인 뒤 심장, 흉선, 췌장을 먹어 치웠다.


클라리스는 렉터의 지시에 따라 <라스페일의 자동차> 를 수색했고, 거기서 표본저장기에 담긴 사람 머리를 발견한다. 렉터는 머리의 주인이 라스페일의 애인이고, 스칸디나비아 사람으로 이름은 클라우스라고 했다. 성적 흥분을 높이기 위해 아스픽시아(질식) 상태를 만들다 사망했을 것이고, 결찰 흔적을 없애기 위해 목 부위를 절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리고 버팔로 빌의 정체를 발설하는 조건을 제시한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창이 있는 병동으로 옮겨줄 것. 그날 클라리스는 버팔로 빌이 2층 집을 갖고 있다는 힌트를 얻어서 돌아온다.


버팔로 빌은 10개월에 걸쳐 여자를 납치해서 살인했고, 흐르는 물에 유기했다. 성폭행 흔적은 없었고, 알몸으로 발견되었는데 모두 가죽이 벗겨진 상태였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사실. 시체의 목구멍에서 번데기가 발견된 것이다. 번데기는 <에레부스 오도라>, 좀벌레 나방으로 속칭 검정마귀나방이었다.


그 즈음, 테네시 주 출신 초선 상원의원 루드 마아틴의 딸 캐더린 베이커 마아틴이 제임 검브라는 남자에 의해 납치된다. 제임 검브는 호르몬제를 투여하여 여자행세를 했으며 강아지를 키웠다. 그가 바로 FBI가 찾는 버팔로 빌의 정체였다.


렉터가 버팔로 빌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상원의원과 칠튼 병원장이 거래를 제안한다. 렉터는 칠튼과 상원의원에게는 버팔로 빌의 본명이 빌리 루빈이라며 허튼 소리를 지껄이고, 클라리스에게는 번데기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알려준다. 버팔로 빌은 번데기가 변태하여 아름다운 이마고가 되듯이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라는 힌트를 준다. 그리고 성전환 수술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정보도.

성전환 수술은 존스 홉킨즈 대학, 미네소타 대학, 그리고 콜롬부스 메디컬 센터가 전문이고 버팔로 빌은 적어도 그 중 한 곳 이상에서 거절당했을 것이었다.


존스 홉킨즈 대학의 의사가 비밀 엄수 의무와 추가 희생자를 막아야 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FBI에 제임 검브의 이름을 댄다. 캐더린이 제임 검브의 애완견을 사로잡고 시간을 끈 덕에 클라리스가 검브를 사살하고 클라리스 구출에 성공한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제임 검브는 인피로 된 자켓을 완성시켰을 것이다.

렉터는 병원을 탈출하여 성형수술을 하고 신분을 세탁한다. 그리고 클라리스에게 양들의 울음 소리가 이제는 그쳤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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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우 흥미로운 사건을 경험했다. 회사에 3년쯤 전에 추문이 떠돌았는데, 당시 연루된 직원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백'은 입증될 수 없었고, 그 결백을 입증한답시고 꾸민 허술하고 악의적인 거짓말들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결백하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게다가 3년 전 사건을 아예 몰랐던 사람들까지 그가 추문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건이 대충 마무리 되자 사람들은 물었다. 그는 무엇 때문에 3년 전 일을 끄집어 내 자신의 평판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을까?

그때가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를 막 읽은 때였기 때문에 이런 가정을 해봤다. 누군가 그에게 '결백을 입증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라' 하는 식의 조악한 계획을 일러주지 않았을까 하는.

그리고 <양들의 침묵>이 떠올랐다. 렉터 박사가 '속삭임'으로 동료 수감자 믹스의 자살을 유도하는 장면이 <속삭이는 자>의 모티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고등학교 1학년 때 책과 영화를 봤으니까 거의 30년 전이다. 다시 읽고 느낀 점은, 번역가로서 이윤기가 너무 고평가 되어 있다는 점(사실 <푸코의 진자>도 매끄러운 번역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니발 렉터야 말로 창조된 연쇄살인마 중 가장 이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라는 점.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135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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