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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1 ㅣ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1월 23일. 교도소장 알폰소 베린저가 지방검사 사무실로 편지를 보낸다. 편지의 내용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수감자에 관해서였다. 그는 RK-357/9 라는 죄수번호로 불렸는데, 신분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10월 22일 한밤중 알몸으로 시골을 배회하다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지문조회를 해봤지만 전력이 없었고 판사에게도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4개월 18일의 구류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복역 중인 이 자의 행동이 교도소장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펠트 소재 헝겊으로 자신이 만지는 모든 물건을 닦았는데 수도꼭지나 변기를 가리지 않았다. 이것만 본다면 결벽증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는 자신의 체모도 주워 담았다. 이는 명백히 생체정보를 유출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였다. 따라서 교도소장은 그가 모종의 중범죄를 저지를 자가 틀림 없다고 생각하여 긴급영장을 통해 DNA 테스트를 강제 집행하도록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제 그가 풀려나기 까지는 불과 109일 밖에 남지 않았다.
숲 속 빈터에서 아홉살에서 열 세살 먹은 백인 여자 아이들의 신체 일부, 정확히는 팔이 발견된다. 데비, 에닉, 세이바인, 멀리사, 캐럴라인. 최근 실종된 여자아이들의 이름이다. 데비는 열두살로 사립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었다. 에닉은 열살이었고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었다. 세이바인은 일곱살로 회전목마를 타다 실종되었고, 멀리사는 열 세살로 생일 날 외출했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섯번째 캐럴라인은 자신신의 방 침대에서 자다가 실종된다. 그런데 경찰이 발견한 팔은 모두 여섯 개이다. 알려지지 않은 실종자가 한 명 더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여섯번째 아이의 부모는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일까.
로시 경감이 이끄는 강력범죄 전담반 행동과학 수사팀이 사건을 맡게 되는데, 실질적인 팀 리더는 프로파일러 고란 게블러 박사이다. 그리고 실종아동 전문 수사관 밀라가 수사에 참여하게 되고, 수사관들은 연쇄살인범에게 '앨버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추적을 시작한다. 범인을 '괴물' 이라 부르며 우리와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법의학자의 검사 결과 밝혀진 끔찍한 사실은 범인이 팔을 잘라내면서 항부정맥제와 ACE억제제, 그리고 베타차단제 등을 투여하여 아이를 살려두고 있다다는 사실. 남은 시간은 20여일에 불과하다.
그러던 중 용의자 알렉산더 버먼이 잡히고 그의 차에서 첫번째 희생자로 추정되는 데비의 시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협박당해 지시된 행동을 하고 잡혔을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버먼은 유치장에서 자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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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수사가 진전될수록 전체적인 범죄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고 일부분만 언뜻언뜻 확인된다. 그리고 섬뜩한 사실이 드러나는데, 바로 범죄 현장에 언제나 제 3자가 있었다는 것.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책 도입부에 이미 강력한 떡밥을 투척해 놓은 상태이니 당연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RK-357/9 가 진범일 터. 작가는 RK-357/9가 살인을 교사한 범인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독자는 '속삭이는 자'가 무엇을 뜻하는 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건 어딘지 익숙하다. 어디서였더라... 생각났다.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가 스탈링 수사관에게 수음한 결과물을 뿌렸던 믹스에게 '속삭임'으로 자살을 유도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이미 다른 거장에 의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후발 주자를 초라하게 만든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실종아동의 어머니가 밀라에게 사사건건 반기를 들던 수사팀 내 로사였다는 반전은 그렇다 쳐도 고란 게블러 박사가 정신이 붕괴된 살인자라는 설정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또, 서술트릭을 사용하여 밀라와 실종 소녀를 착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다소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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