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램 호텔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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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런던의 웨스트 엔드 중심가에는 택시 운전사들 말고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골짜기 같은 장소들이 꽤 여럿 있다. 하이드 파크에서부터 뻗은 조촐한 길거리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돈 다음 오른쪽으로 한두 번인가 더 돌아 들어가면 어느 한적한 길거리에 이르게 되는데, 그 길거리 오른쪽에 있는 것이 버트램 호텔이다. 

전쟁 중에도 버트램 호텔은 용케 포격을 피해 제 모습을 지킬 수 있었고, 1955년경에는 약간의 보수를 거쳐 1939년 때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즉, 위엄이 있으면서도 수수하고 또 은근한 가운데 호화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호텔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버트램 호텔의 모습이 바로 그랬기 때문에 이 호텔은 오랜 세월 동안 고위 성직자들이며, 시골에서 올라온 귀족 미망인들 같은 단골손님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아왔다.


이 버트램 호텔에 모험가 세지윅 부인이 체류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딸이자 막대한 부를 곧 상속받게 될 엘바이러가 나타난다. 한편, 같은 호텔에 묵던 건망증 심한 페니파더 신부가 회의 참석 일정을 헤깔려 엉뚱한 날에 여행을 떠난 직후 실종되는데... 

얼마 뒤 안개가 낀 어느 날 괴한이 엘바이러에게 권총을 발사하고, 빗겨간 총탄에 맞은 마이클 고먼이라는 호텔 수위가 사망하고 만다.

마이클 고먼은 세지윅 부인이 기겁할 만한 비밀을 알고 있었던 듯 한데 그 총탄으로 입을 다물게 되고, 세지윅 부인과 딸 엘바이러 모두에게 집적대는 자동차 경주선수 말리노스키가 용의자로 의심 받는다. 


평생 세언트 메어리 미드 마을을 떠나보지 않았던 마플 양이 하필이면 버트램 호텔에 묵게 되는 바람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온 세상이 진보해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단 하나의 장소인 버트램 호텔은 진정 '전통과 품격'을 지키기 위해 이윤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포기한 장소일까, 아니면 다른 목적을 위해 '전통과 품격'이 필요한 장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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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윅은 범죄단의 수괴로 사회적 저명인사가 호텔에 머물고 있는 동안 그들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범죄를 저질러 알리바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페니파더 신부가 날짜를 착각해서 호텔방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범죄단은 혼란에 빠지고, 어쩔 수 없이 페니파더 신부를 기절시켜 실종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질적인 단점이 드러나는데, '마이클 고먼과 세지윅이 사실은 과거에 부부였다' 라는, 작가만 알고 있던 사실을 트릭으로 사용한 점이다. 기껏 제공된 단서는 마이클 고먼이 어떤 비밀을 알고 있고, 세지윅이 질색을 했다는 점 정도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지윅이 고먼과 이혼하지 않은 채 다른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에 중혼이 되고, 따라서 딸 엘바이러가 받게 될 막대한 유산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중혼에 의한 결혼은 무효이므로 엘바이러는 정당한 상속자가 되지 못함)

 

여성의 사회 참여가 한층 확대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작가가 여성 모험가를 범죄단 두목으로 삼아 쓴 <버트램 호텔텔에서 At Bertram's Hotel, 1965>는 그녀의 72번째 추리소설이고 56번째 장편으로 비교적 후기작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3559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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