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리코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무렵부터 '혹시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엄마의 애정에는 언젠가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사람들은 마리코가 엄마와 닮지 않았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마리코는 어쩌면 자신이 엄마의 친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가 호적을 떼어보기로 한다. 

호적의 부모란에는 아버지 우지이에 기요시, 어머니 시즈에가 기재되어 있었고, 본인은 장녀로 기록되어 있었다. 적어도 입양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외할머니가 마리코가 태어나던 때의 일들을 생생하게 이야기 했기 때문에 의심은 점점 옅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태도는 부자연스러웠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기숙학교로 떠밀리다시피 입학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마리코가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사과차를 마셨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뒤 깨어난 마리코는 집이 불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아버지는 마리코를 피신시켰지만 엄마는 구해내지 못했다. 소방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엄마가 방문을 잠근 채 가스밸브를 열어두어 화재가 난 것이라고 했다. 엄마는 자살한 것이다.


후바타는 아마추어 밴드활동을 하다가 운좋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후바타의 엄마는 간호사였고, 아버지는 누군지 몰랐다. 엄마는 후바타가 대학에 가서 밴드활동하는 것에 크게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밴드 남자 애들과 함부로 연애하지 말 것과, 프로가 되거나 텔레비전에 나가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후바타는 고민 끝에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고백하고, 엄마는 한동한 불같이 화를 내다가 결국 후바타의 노래가 그럭저럭 좋았다며 쓸쓸해 한다. 

며칠이 지난 뒤 집에 낯선 남자가 다녀간다. 엄마는 남자가 예전에 대학에서 신세를 졌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후바타의 엄마는 뺑소니차에 치여 사망한다. 


마리코와 후바타는 각자 엄마의 석연찮은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라고 생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와 마주친다. 그리고 둘을 닮은, 또 한 명의 존재...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인간이 아니다.

그러면 이런 인간 존재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루이비통의 이미테이션이 싸구려로 팔리듯,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본은 간단하게 파기되듯, 그리고 위조지폐가 화폐로 통용될 수 없듯이 내 존재에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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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복제해 딸을 만드는 과학자,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아버지도 없는 딸을 자궁에서 키워낸 간호사. 그리고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영원히 누리고자 이러한 연구를 지원하는 중견 정치인. 엽기적인 욕망이 과학적 성과와 만나 비극을 양산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중 신기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변신>의 경우도 다소 조악했고, <레몬> 역시 문제의식과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가 적절히 조합되지 못해 어설프다. 다 읽고 나면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가 얼마나 훌륭한 작품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1944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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