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城 1
시바 료타로 지음, 김성기 옮김 / 창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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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에이 4년(1185)에 벌어진 단노우라 전투에서 패배한 다이라 가문의 장수들 중에 이가 이에나가라는 자가 있었다. 미나모토 가문이 세력을 장악하자 다이라 일족은 이가 분지의 구석으로 숨어들어 가난한 시골 무사로 전락했다. 그들 중 핫토리 지방에 정착해 그 지명을 성으로 사용한 자들을 핫토리 파라고 하며, 쓰게 지방에 정착해 그 지명을 성으로 사용한 자들을 쓰게 파라고 했다.

460평방 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분지가 야마시로, 오우미, 야마토, 이세 지방의 산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고, 산을 넘는 일곱 개의 길만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이곳 이가의 무사들은 교토와 불과 80킬로미터 거리에서 권력이 무너지거나 새로 생겨나는 소식들을 생생하게 전해들으며 고독한 나날을 견뎠다. 기존  권력이 무너질 때마다 많은 무사들이 이가 지방으로 도망쳤다. 

은둔지 무사들은 권력이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일종의 허무주의를 고수했고, 여러 지방의 제후들에게 그때 그때 필요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뿐 일정한 녹봉을 받지 않았다. 고용주를 가리지 않고 보수만 받으면 누구를 위해서든 일했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적의 편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들은 권력을 멸시했고, 그 권력에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맡기는 무사의 충정을 경멸했다. 그들은 은신술이나 잠행술과 같은 닌자의 기술을 익혔다.


이런 이가 닌자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힌 이가 오다 노부나가였다. 덴쇼 9년(1581) 3월, 노부나가는 휘하의 군대에게 이가를 말살하라는 명을 내린다. 닌자 말살 전투에서 지로자에몬과 그의 제자 쓰즈라 주조, 가자마 고헤이 등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지로자에몬은 심각한 화상을 입고, 쓰즈라 주조와 가자마 고헤이는 각자 가족을 잃는다. 이를 갈며 복수를 맹세하지만 노부나가는 덴쇼 10년(1582) 혼노 사에서 아케치 미쓰히데라는 무장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하가 되었다. 그 사이 주조는 허무주의에 빠져 머리는 깎지 않았지만 사미승을 자처했고, 고헤이는 명성을 좇아 교토로 가서 지방행정관 마에다 겐이의 수하가 됨으로써 닌자의 맹세를 저버린다. 


덴쇼 19년(1591) 3월말, 지로자에몬이 주조를 찾아간다. 그가 내린 임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암살. 의뢰자는 이마이 소큐라는 거상으로, 그는 본래 노부나가에게 도기를 바치며 환심을 사서 이권을 챙겼던 인물이었다. 노부나가가 죽고 히데요시가 뒤를 잇자 조총 1천 정을 바쳐 줄을 대는데 성공하지만, 전과 같이 독점적인 지위는 누리지 못했고 고니시 류사라는 라이벌 상인으로 인해 잇권의 많은 부분을 잠식당하기까지 했다. 이마이 소큐는 히데요시가 전쟁을 벌이면 조선이나 명나라와 교역이 끊기는 것이 두려웠을 뿐 아니라 은밀히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운명을 걸고 있었으므로 이번 암살을 계획한 것이다.


한편 지로자에몬의 딸이자 고헤이의 약혼녀인 닌자 고하기, 이마이 소큐의 양녀이자 고가 닌자인 기사루, 고가 제일의 닌자로 마리지천 칭호를 받은 마리 도겐 등이 주조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암살 계획과 얽혀 사건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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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절판이라 한동안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얼마 전 별 생각없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보니 여러 판매자가 팔고 있었다. 부랴부랴 결제한 뒤 배송된 택배 상자를 풀어 단숨에 읽었다. 

영화를 본 때가 언제인지 대충 따져보니 무려 20년쯤 전이다. 그게 언제였더라... 하고 헤아려보면 15년, 20년 하는 숫자가 나올 때가 많아졌다. 대학에 입할해 책을 미친듯이 읽고 영화에 빠져 지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벌써 25년이 흘렀다. 여전히 책을 읽고, 영화를 보지만 예전의 감수성은 조금씩 사라지고 냉소와 허무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무슨 일이든 25년 30년 하면 질리지 않겠는가, 하고 자위해보지만 확실히 감수성이 떨어진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최근 들어 손에 집히는 책들이 익숙한 작가이거나, 봤던 영화의 소설원작이거나 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 쓸쓸하다. 가을방학의 노래 <종이우산> 가사의 첫 대목 처럼...


 비오는 날엔 모르는 노랜 듣고 싶지 않아 수없이 듣던 멜로디 한번 더 찾고 싶어져...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1472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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