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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0월
평점 :
A신문은 1월 27일자 조간에 <독자 뉴스사진 연간상>을 발표했다. 매년 투고된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에 수여되는 이 상의 수상작은 여섯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도메이 고속도로의 대형 추돌사고를 찍은 <격돌>이라는 작품에 돌아갔다. 작품은 사고 발생 순간을 찍은 사진으로, 화염의 빛 속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차량 안에 희생자들이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고에 대한 기사를 보면 이 순간이 어째서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지 명징해진다. 먼저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던 12톤 탑차 트럭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전복되었고, 역시 고속으로 달리던 후속 중형 승용차 두 대가 연달아 추돌하며 불이 일어났다. 다시 라이트밴 한 대가 추돌하여 불길에 휩싸였고, 뒤따라 오던 소형 트럭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상행선으로 돌입, 승용차와 충돌하여 두 차량 모두 대파되었다.
<격돌>을 찍은 야마가 교스케는 촌도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사고현장을 포착,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고 했고 그 결과 참혹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독자들은 <격돌>에 연간상을 주는 것은 뒷맛이 고약하다고 생각했다. 1955년 시코쿠 다카마쓰 앞바다에서 충돌 사고로 침몰한 시운마루 호의 사진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인명을 구하기 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지독한 이기심의 소산이라는 일부 독자들의 항변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카메라맨이 도울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었으므로 비난은 억지에 불과한 반면, 처절할 정도로 사실적인 기록사진이 남아 사고의 비극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사진의 도덕성이 아니라, 사고 자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었다. 사고로 죽은 야마우치 아키코의 애인이었다. 그는 사고 직전 붉은 불빛을 봤다는 운전자의 진술에 주목해 야마가 교스케의 뒤를 파헤치는데... 과연 <격돌>은 10만 분의 1의 우연의 산물일까, 아니면 조작된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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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시대소설로서의 가치도 높다. 소득수준의 상승에 따라 카메라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 풍속을 잘 담아낼 뿐만 아니라 대마초 등 사회문제가 된 소품들도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1981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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